오피니언 사설

노사관계 새 모델 보여준 ‘광주형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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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가 5년 가까운 긴 논의 끝에 결실을 봤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어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1998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게 됐다.

이번 합의는 기업 환경 악화 탓에 해외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일자리를 국내로 돌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강성노조가 주도해 온 자동차 업계에 노사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12월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협약식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가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노동계는 현대차가 제안한 초임 연봉 3500만원뿐 아니라 ‘상생노사발전협의회(이하 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까지 문제 삼으며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 두 가지 제안을 모두 전향적으로 수용했다.

협약서엔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을 3500만원으로 책정하고 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주 완성차 공장의 생산능력이 연 10만 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영 안정을 위해 최소 3~4년간은 노조가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사·민·정 협의회에 참여한 한국노총의 전향적 태도로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된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현대차의 투자금액은 530억원으로 전체 투자금 가운데 19%에 불과하다는 점, 또 현대차와의 계약이 끝나는 5년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전무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2012년 이후 국내 경차 수요가 급감하는 와중에 과연 광주 공장에서 생산할 경차 SUV가 얼마만큼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현실적인 난제를 극복해 이번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