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사 생도된 이라크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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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라크 청년 자밀(19)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출신으로는 첫 웨스트포인트 생도가 된 그는 "조국의 폭력사태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밀은 26일부터 본격적인 군사교육을 받는다. 1320명의 신입 생도들과 함께 거쳐야 하는 6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이다.

결의에 찬 모습이었지만 불안감도 배어 있었다. 바그다드에 두고 온 가족들 걱정 때문인 듯했다. 그는 언론과의 회견에서 성(姓)인 '자밀'만을 밝혔고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미군을 돕는 것만으로도 암살의 표적이 되는 지역이 이라크인데, 자신은 미군 최고교육기관에 와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름과 사진이 공개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위험하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에서 웨스트포인트까지 오는 길도 간단치 않았다. 입학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바그다드내 미군 기지를 들락거렸다. 그는 4명의 이라크인 신청자 중 최고점수를 받고 유일하게 입학허가를 받았다.

자밀은 공학을 전공한 뒤 귀국해 이라크 군대에서 복무할 계획이다.

그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난 3년여 군인이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치안유지군만이 이라크의 유일한 희망이다"고 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에서 배운 것을 이라크 군대에 전수하겠다는 꿈도 내비쳤다.

자밀은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프로그램에 따라 미 육사에 입교하게 됐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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