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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심교언의 이코노믹스

서울은 대기 수요 상존…작년 너무 올라 올해는 조정 관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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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0년 주기설에 집값 폭락하나

오랜만에 서울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폭락이 올 것이라고 하는 전망과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으로 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도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은 부동산에 대한 자산비율이 높은 편이여서 이런 반응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긴 하나,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집을 가진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집 있어도 없어도 혼란스러워 #추측보다 과거 집값 살펴봐야 #서울 6년 이상 하락한 적 없어 #한국 주택시장은 안정적인 편 #핵심변수는 인구와 경제 성장 #지방은 산업 부침에 크게 좌우

재작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인 8·2대책을 정부가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폭등하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더욱 강력한 9·13대책까지 내놓았다. 9·13 대책 직전에는 서울 아파트의 주간 단위 상승률이 1%까지 이르는 폭등세를 보여줬음에 반해, 대책 이후에는 급속히 진정되는 모습이 나타났고 12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주간으로 1% 상승은 연간으로 60%가 넘는 상승인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폭등세여서 어차피 진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정부 대책까지 나와 시장은 하락세로까지 반전됐다. 8·2 대책과 9·13 대책이 대출과 세금 등을 통한 수요억제책이었다면, 이후에 나온 9·21 대책과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대책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통한 공공택지 확보와 규제완화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3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공급대책을 담고 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제야 수요와 공급을 아우르는 대책이 되었다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듯하다.

정부의 공급대책 가운데 신규택지를 지정해 공급하는 방안은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 걸린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체계를 보았을 때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도 그 효과를 단기적으로 체감하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화의 기반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제도적 여건을 봤을 때, 당분간 평균 이상의 상승을 하기엔 힘든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연구기관들도 보합으로 예상하는 곳이 많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s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so.kr]

KB국민은행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봤을 때, 지난해 서울이 연간 13.6% 오르고, 수도권도 6.8% 상승했지만, 지방은 3.3%나 폭락해 이미 깡통전세가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세입자들의 연쇄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방의 최근 하락은 지방 지수를 측정한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서울은 폭등하고 지방은 폭락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폭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조정으로 마무리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조정이 온다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외국과 비교해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인지, 그리고 과거엔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지금 경제여건과 연계해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집값이 유독 많이 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 기관들은 오히려 우리 주택 시장을 상당히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 폭등할 때 우리나라는 덜 오르고, 위기가 왔을 때도 충격이 훨씬 덜한 모습이다. 왼쪽 봉우리는 일본의 1980년대 거품 경제 발생과 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모습 자체가 없었다.<그림 1>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호 건설 이후를 보면 우리는 특히나 안정적인 모습이어서 앞으로도 이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10년 주기론이 많이 회자되면서 폭락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퍼져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수요·공급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사이클을 보이긴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인한 폭락과 하락을 10년 주기설에 끼워 맞추는 것은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막연하게 그러한 위기가 온다는 불안감보다는 과거에 집값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3저 호황으로 내내 오르던 서울 아파트 값이 90년에는 37.6%까지 폭등했으나, 200만호 건설에 따른 입주 여파로 3년간 마이너스를 보였고, 이후엔 보합권에서 움직이게 된다. 외환위기가 닥친 98년에는 14.6%나 폭락했으나 그 다음 해부터는 강하게 반등했다. 2000년대에는 외환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사태로 인해 2004년 단 한 해만 1.0% 하락하고 내내 상승했다. 2010년대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은 하락을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는 상승하는 모습이다. 전국 아파트 값은 200만호 입주 이후인 94년부터 단 3년이 빠졌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6년간 하락했다.

현재 시장 상황도 진단해봐야 한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 집값도 인구와 경제성장 등의 수요 요인과, 주택건설이라는 공급 요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우려가 큰 상황이나 인구의 변화 자체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렇다면 경제 요인이 중요 변수로 남게 되는데, 그 중에서 경제 성장률 정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경기가 불황이면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집값 상승 여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는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집값 상승 요인도 상존한다고 볼 수 있으나, 지난해의 폭등은 워낙 이례적인 상황이고, 최근 3년간 강남과 서울 아파트 값이 워낙 올라 고점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강해지고 있어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지방의 경우 인구 유출과 산업 쇠퇴로 인해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급 요인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예상된다.<그림2> 최근 인허가 물량이 워낙 많았다는 점에서 하방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지방에서는 미분양 증가와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는 당분간 입주 물량이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결국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계속해서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여서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 쇠퇴한 지방도시, 80년대 태백시 전철 밟나

KB국민은행에서 지방을 따로 조사해 지수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금융위기 때도 하락하지 않았던 지방 아파트 값이 2016년부터 처음으로 빠지기 시작해 3년 연속 하락했다. 서울이 하락하던 2011년 18.6%나 폭등하던 당시 모습과는 달리 서울과 완벽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6만122호였는데, 이중 지방이 89%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의 위기감은 입주율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4.5%였으나, 지방은 대부분 60%대 안팎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때 미분양 물량이 20만 호였고, 입주율이 절반으로 떨어진 단지들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제반 여건이 좋지 않아 지금이라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초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성남 아파트의 경우 17.8% 상승했다. 이에 반해 가장 하락폭이 큰 거제의 경우 무려 10.5%나 폭락했고, 창원의 경우도 7.1%나 하락했다. 다른 지역 역시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방의 경우 특정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산업이 활황인 경우 고용과 인구가 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거나 구조조정에 따라 폭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80년대 중반 태백시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 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인구가 반토막 나고 이에 따라 빈집이 속출하면서 집값도 속절없이 하락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의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선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영국 도시들과 이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미국 산업도시들이 섬유·철강·자동차 산업 등의 글로벌 재편에 따라 인구가 거의 반토막이 나는 수모를 겪었고, 이에 따라 집값도 폭락하는 전철을 밟았다. 일부 도시들의 경우 산업이 잘 나갈 때 미리 신산업을 준비해 충격이 적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고용 감소와 지방 소멸 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 등을 통해 이를 막고자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엔 미미하다. 지방산업과 고용의 추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책, 그리고 강력한 집행만이 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를 펴내고 ‘부동산 가격의 법칙’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