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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 돌려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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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2월 이탈리아에 반환하기로 합의한 2500년 전 항아리. 겉면의 그림은 그리스 화가 에우프로니오스의 작품이다. [메르토폴리탄 박물관 웹사이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J 폴 게티 박물관이 불법 거래된 것으로 확인된 고미술품을 출토지인 이탈리아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22일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밀반출된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끈질긴 노력에 미 서부의 유명 박물관이 호응한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게티 박물관은 소장 중인 일부 고대 미술품을 이탈리아에 반환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21일 이탈리아 정부와의 공동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박물관 측은 반환할 미술품 중에는 국보급 걸작 몇 점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 이탈리아 정부는 반환 미술품에 필적하는 작품을 게티 박물관에 장기 대여하기로 했다. 게티 박물관은 곧 이사회를 열어 합의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반환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게티 박물관의 내부 조사 결과 소장품 중 장물로 밝혀졌거나 의심이 가는 고대 그리스.에트루리아.로마 시대 문화재가 모두 350점에 이른다고 LA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액수로는 1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이탈리아가 이 박물관에 반환을 요구한 품목 중에는 기원전 5세기께 제작된 아프로디테 상, 그리스 화가 에우프로니오스의 테라코타 잔, 대리석으로 조각한 그리핀(괴수) 상 등 희귀 문화재가 포함됐다.

그간 이탈리아 정부는 게티 박물관의 소장품 중 52점이 이탈리아에서 불법 도굴돼 해외로 반출된 장물이 확실하다며 반환을 요구해왔다. 또 게티 박물관의 전 큐레이터인 메리언 트루를 장물 거래 혐의로 기소, 로마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들어 이 같은 전방위 공세를 벌이며 미국 유명 미술관들과 유례없는 약탈 미술품 반환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올 2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부터 2500년 전 만들어진 그리스 화병 등을 돌려받기로 합의, 고미술품 소유권 분쟁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게티 박물관 외에도 프린스턴대 박물관, 보스턴의 파인아트 박물관과 문화재 반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해 협상을 이끌고 있는 마우리지오 피오릴리 변호사는 "두 박물관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 게티 박물관=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외곽 브렌트우드 언덕에 있으며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미 5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 고미술과 회화.조각.사진예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집품을 갖추고 있어 '미 서부의 루브르'로도 불린다. 1976년 세상을 떠난 미 석유 재벌 J 폴 게티의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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