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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투쟁 엎치락뒤치락|언론기관 보도도 상반된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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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경=박병석특파원】최근 북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의 실상은 하루가 다르게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미·일·홍콩 등 세계각국의 중국전문가들이 총동원 돼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중국을 뜯어보고 있으나 상반된 소식과 분석속에 매스컴들의 보도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자오즈양」(조자양)총서기실각→복귀설,「리펑」(이붕)수상 실권장악→사임설→재실권장악설 등이 엇갈리고 있다.
23, 24일 이틀동안은 조자양 총서기로 대표되는 온건 개혁파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는 예상이 있었다. 이붕수상은 강경파가 섣불리 계엄령 선포라는 강경책을 발동했다가 천안문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농성학생들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방치,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책임을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군대까지 동원시키고도 해결하지 못한 학생데모를 타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운다는 문제를 떠나서라도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속죄양」으로 최소한 이붕은 희생될 공산이 매우 높다는 얘기들이었다.
그러나 이붕이 수상직을 인책 사퇴한다고 해서 조자양이 반드시 득세한다고는 볼 수가 없다는 관측들도 적지 않다.
조자양의 온건대응 주장이 학생데모 사태를 더욱 확대, 연재의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주장도 많고 특히 지난 4월25일 유혈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강경 진압을 하도록 등소평이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30일 북한방문에서 돌아온 조자양이 이를 극구 반대, 결과적으로 사태를 이렇게 발전시긴데 대해누구보다도 그의 대부인 등소평이 가장 분노하고 있어 조의 롤백, 득세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는 지적들이다.
20일 새벽 국무원(행정부) 대표인 이붕 수상이 당대표인 당 총서기가 불참한 가운데 「당과 정부를 대표」해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 자리에는 조총서기를 제외한 정치국상무위원 전원과 양상곤 국가주석 등 일부지도자들이 배석했다는 점은 조총서기의 위치를 대변하고 있다.
또 전참모총장 「양더즈」(양덕지) , 전국방장관 「장아이핑」(장애평) 등 군원로장성들이 군헬리콥터를 통해 살포한 「군북경진입반대」전단은 군내부의 의견대립을 증명하는 것이며 계엄군이 계엄선포 6일 동안 계엄지역에 조차 진입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관영 신화사통신과 25일 오전 북경 중앙라디오의 전국방송은 북경 외곽지역 주둔 일부 계엄군의 후방이동은「철수」가 아니라 「명령대기」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25일 오전 북경 중앙라디오의 전국 방송망을 연결한 뉴스는 인민해방군·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대 공동명의로 학생사태를 「동란」으로 재규정하고 이붕·양상곤의 계엄령선포와 담화를 지지한다고 밝히고있다.
24일자 인민일보(해외판) 는『일부 당·정·군지도자와 기관들이 당중앙과 국무원에 전보를 보내 이붕·양상곤이 간부회의에서 행한 연설과 수도(북경)정상질서회복을 위한 각종조치를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북경에서 지켜보면 중국의 매스컴들조차 갈팡질팡이다.
1백만명 시위때인 17, 18일을 최고조로 했던 현지 보도기관들도 그 이후에는 이붕 등 현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거나 찬성하지 않는다는 암시로 왔다갔다하고 있고 심지어는 같은 날의 TV뉴스시간에서조차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 최고위층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권력투쟁이 치열하다는 것과 군 내부에도 상당한 이견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들이다.
중국의 관례나 제도에 따르면 총서기나 수상의 인사변동은 정치국 확대회의나 전인대(국회) 에서 처리케 돼있다.
북경의 소식통들은 정치국 확대회의가 23일부터 개회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전인대상무위원장(국회의장) 인「완리」(정치국원) 가 방미일정을 단축해 25일 오후 귀국했다.
따라서 그들은 사태처리를 위한 본격적 협의를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부 동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재로서는 사태가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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