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가서 깜짝 놀란 勞組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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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노총 김성태 사무총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는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발판으로 고용이 창출된다면 노동자에게 이익이라면서, 앞으로도 어디든 가겠다고 했다. 강성투쟁 일변도의 노동계가 모처럼 국익을 위해 열린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金총장은 방미기간 중 한국 노조에 대한 미국 재계의 부정적 시각에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과격하고 전투적인 노조가 판을 치고, 그로 인해 노동시장이 경직되며, 고임금 요구가 일상적 활동이라는 선입견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 재계 인사들은 특히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에 대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도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해 고용창출이 되지 않아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비난에 대해 金총장은 의외라고 했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도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 노조가 도에 지나친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데 대한 국내외적 비판은 어제 오늘 제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밖의 비판에 둔감했던 게 노동계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진짜 노조위원장은 중소기업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근로자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꾸어서라도 봉급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 노동계도 글로벌시대를 맞아 달라져야 한다. 기업과 국가야 어떻게 되든 내 몫만 챙기면 된다는 소아병적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계 다른 간부들도 金총장처럼 밖으로 나가 지금 한국의 위상과 국제적 평가가 어떤지 바라볼 것을 권한다.

과연 우리 노동계의 행동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느냐를 본인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물론 경제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열린 파트너십을 보여야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가 이룩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