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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대책, 지체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산에서 발생한 히로뽕 가장의 일가족 살해사건은 날로 확산되고있는 마약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수위에 이르렀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히로뽕에 중독 되면 정신분열과 환청·환시 등 심한 후유증과 금단증세를 나타낸다지만 자기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끔쩍한 범행은 마약의 폐해를 새삼 실감케 한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히로뽕의 해독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히로뽕이 무서운 기세로 번져가고 있다는 경고와 우려가 벌써부터 있어 왔다. 지난해 경남 진양의 농촌주부가 아들을 마당에 내동댕이쳐 숨지게 했던 사건이나 부산 어느 호텔에서의 여자 인질사건도 이번 사건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사했다.
그 뿐 아니라 최근에는 강도·강간·방화 등의 환각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히로뽕을 상용하는 청소년 투약자들이 마약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또 인신매매범 들이 강제 납치한 여성들의 도주방지용으로 히로뽕을 복용시키는 사례도 드러나고 있으며 조직폭력배들이 결속을 다짐하기 위해 히로뽕을 쓰고 있는 사실도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히로뽕 투약 때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주사하기 때문에 중독자의 80%가 간염과 성병에 감염되어있고 AIDS 감염우려도 없지 않다.
히로뽕이 이처럼 중독자의 몸과 마음을 파멸시키는데 그치질 않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공포의 가루」인데도 중독자가 날로 늘어나고 더구나 연소화하고 있다는데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검찰이 추정하는 히로뽕 상습 투약자는 13만명 이나 된다. 마약 투약경험자까지 합치면 1백만 명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청년층이 전체 마약사범의 72%, 19세 이하 소년사범은 전년도보다 거의 2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히로뽕이 범람하고 마약 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당국이 효과적인 대응을 못해 온데 기인한다. 예산과 수사요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적절한 수사체계도 갖추지 못했으며 마약중독자를 수용, 치료할 전문치료기관 마저 두지 않았다.
대만에서 밀반입 되는 히로뽕 원료인 염산에페드린의 반입 루트를 봉쇄하거나 얼마 안 되는 국내 제조원을 색출하면 뿌리를 뽑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수사체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종전 보사부가 전담해오던 마약단속과 수사를 얼마전에 검찰로 이관해 수사요원 59명을 증원했지만 전국의 전담 수사요원이 1백20명에 불과하고 그마저 고도의 수사기법을 구비한 전문요원은 태부족이다.
음성적 점조직 형태를 갖춘 히로뽕제조와 판매망 수사를 외해서는 장기 기획수사와 종합적인 정보관리, 그리고 국제 협력수사체계가 불가피한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마약사범을 검거하거나 제보하는 사람에게 주는 보상금 예산이 올해 3백여만원 밖에 안 된다는 사실로도 정부의 마약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던가를 익히 알 수 있다.
마약문제는 이제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시급한 과세가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마약사법의 근절과 중독자 치료에 이르기까지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한다. 마약이 범람하는 사회를 그대로 둔 채라면 사회복지니, 선진화니 하는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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