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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확산 "위험수위"|「환각범죄」잇따라 가정·사회 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1일 부산에서 발생한 히로뽕 중독 30대 가장의 일가족 살해사건은 범행의 끔찍함도 충격적이지만 이제 우리사회도 마약에 의한 「백색의 공포」가 심각할 정도로 확산, 위험수위에 와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마약의 확산은 개인적인 파멸에 그치지 않고 가정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한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 사회도 마약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의 실태는 마약이 기지촌이나 일부 연예인·유흥업소 종사자 등의 은밀한 유통을 지나 청소년·직장인·농민·가정주부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며 각종환각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실태=당국에 따르면 마약류사범은 80년 이후 매년 30∼40%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의 히로뽕 상습 투약자는 13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증가추세로 볼 때 5년 내에 히로뽕 사범은 1만명은 넘고 히로뽕 상습 투약자는 1백만명을 돌파, 도시·농어촌 할 것 없이 골목마다 마약중독자가 득실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3천7백39명(전년대비 96%증가) 이었으나 올 들어 단속권이 검찰로 이관 된 뒤 3월말까지 3개월 동안의 단속에서만 5백92명이 적발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단속결과 마약사범의 90%가 히로뽕 사범으로 나타났고, 특히 서울·경인지역이 60%를 차지해 종전 부산·경남지역을 주무대로 하던 마약 유통이 서울 등 기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각범죄=마약의 해독은 과대망상·환각·환청·불안·초조 등 중독증세가 개인을 망치게 하는 것은 물론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의 폭력·강도·살인·매춘 등 각종 범죄를 유발, 사회악의 대표적인 존재로 꼽히고 있다.
이번 부산 일가족 살해사건의 경우도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등 전과 8범인 여씨가 병원치료를 받았으면서도 중독증세를 극복하지 못해 잦은 부부 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자신과 가정을 파멸시키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엔 부산시남포동 P호텔에서 히로뽕 환각상태에 빠진 이모씨(26)가 『마약전담반을 불러달라』며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6월엔 히로뽕에 중독 된 20대 청년2명이 환각상태에서 부녀자를 폭행하려다 출동한 경관 2명을 찌르고 달아났었다.
또 지난해 11월엔 서울명동 한복판에서 히로뽕 환각에 빠진 30대 남자가 자신의 부인을 칼로 위협하며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고, 히로뽕에 중독 된 농민 김모씨(30) 가 한 살 짜리 자기 딸을 「괴물」이라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밖에 부산에서만 83년 이후 21건의 환각범죄가 발생한 것을 비롯, 마약 환각상태에서의 강도·절도·폭행 등 각종사건이 꼬리를 물고 발생, 우리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
◇시급한 대책=최근의 히로뽕 확산은 일본 밀수출루트가 막힌 국내 밀조범들이 내수시장에 파고들어 피로회복제, 술에 좋은 약, 살 빠지는 약 등 교묘한 수단으로 투약을 유혹해 중독자를 양산하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대로 방치하다간 『개인도, 가정도, 국가도 모두 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약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마약의 유통루트를 봉쇄하고 사회적으로 마약의 해독을 인식시키는 작업, 즉 단속과 계몽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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