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한선교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비롯한 TF 위원들이 22일 목포를 찾았다. 최근 투기 의혹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20여 채의 건물을 산 것으로 알려진 근대역사문화공간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1시 10분 나 원내대표가 목포역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던 8명의 여성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당직자는 “나사모(나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반면 한 남성은 “손혜원 응원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장보고를 듣기 위해 도착한 목포시청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목포시가 추진 중인 근대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업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제가 되는 도시재생사업이나 근대문화역사공원 사업은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업이 뿌리를 두고 계시는 목포 시민을 위한 사업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목포 시민을 위한 사업이 특정인과 특정인 일가를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 의원은 문화에 미친 것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말씀”이라며 “손 의원은 문화에 미친 게 아니라 돈에 미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의 초권력적인 직권남용에 대해 낱낱이 밝혀 정의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이에 “이 사업의 성공은 목포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투기 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 공정하고 투명한 성공 모델을 만들테니 힘을 보태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오후 3시 20분쯤 손 의원의 조카 등 3명이 소유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에 도착하자 일부는 손뼉을 치며 환영했고, “철저히 조사해주십시오”라고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근대역사문화공원과 도심재생 사업에는 국가 예산만 수백억이 투입된다”며 “이 예산이 외부에서 온 투기자들에게만 이익으로 돌아가는 투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인과 관련된 이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는 “우리가 보통 ‘오얏나무 밑에서 갓 고쳐 매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아예 오얏나무를 다 가져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라고도 했다.
한 원도심 주민은 나 원내대표의 동선을 따라가며 “굶어 죽는다. 목포 좀 살려주십시오. 투기라고 말만 하지 말고, 강남만 살리지 말고 여기 국민도 좀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다른 시민은 “이런 때 아니면 목포 안 온다. 이곳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알겠다. 그렇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남짓 골목을 둘러본 나 원내대표는 “이곳을 돌아보니 오래된 역사문화 공간을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제대로 돼야 한다. 다른 지역과의 균형 문제,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외지인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오롯이 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