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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점박이물범 상어 무서워 도망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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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해 백령도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점박이물범의 모습. 한때 300마리가 넘었으나 최근엔 100여 마리로 줄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해마다 여름철이면 백령도 북쪽 해안의 하늬바다 앞과 두무진의 선대암 등 한적한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이 갑자기 줄고 있다. 환경부가 2000년부터 이곳의 물범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여름 이곳을 찾은 환경부 관계자는 점박이물범이 크게 준 것을 확인했다. 2002년 354마리, 2003년부터 298마리, 2004년 267마리로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1년 사이에 절반도 안 되는 110마리로 줄어든 것이다.

20일 녹색연합과 국회바다포럼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중 점박이물범 보호와 관리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물범이 줄어든 원인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해 조사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환경부 조사팀은 일단 물범의 천적인 상어 탓이라고 추정했다. 홍정기 자연자원과장은 "지난해 백령도 인근에서 상어의 출몰이 잦았는데, 상어에 쫓긴 물범들이 인근의 무인도나 북한 해안으로 옮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 ~ 2005년 백령도와 중국 현지 조사에 나섰던 녹색연합 등에서는 물범이 번식지인 중국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물범은 겨울철에는 중국 보하이 랴오둥만 얼음 위에서 번식을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얼음이 녹아내리는 등 이 지역의 서식 환경이 나빠졌고 중국 어민들의 밀렵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령도 주변의 관광과 어로 행위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에 가장 많이 몰렸지만 인근에 사람이 자주 왕래하면서 점차 백령도 남쪽에 있는 연봉바위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중국 측은 밀렵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중국 점박이물범 국가중점자연보호구 관리처의 장웨이는 "1970년대에는 매년 1000마리씩 포획한 게 사실이지만 92년 랴오둥만 보호구역 설치 이후에는 밀렵을 철저히 막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1000마리 정도였던 점박이물범이 이제는 3000여 마리로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개체 수와 서식지 실태, 이동 상황 등에 대해 동북아 환경 협력 차원에서 남북한과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백령도 부근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홍정기 과장은 "특정 종에 대해 환경부가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할 수는 있으나 바다라는 점을 감안해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보호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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