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줄줄이 사업 철수···'3조 사업' 英건설도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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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연합뉴스]

일본 히타치가 17일 영국 웨일스에서 추진해온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단을 공식화했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히타치는 영국에서 진행 중인 원전 건설 계획을 동결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3000억엔(약 3조1000억원)의 비용을 2018회계년도(2018년 4월~2019년 3월) 손실로 계상할 예정이다. 이에 히차티의 2018년도 이익 전망치는 40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낮아졌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계획 중단 이유에 대해 “민간기업으로서 경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이 이상의 투자는 민간기업으로서 한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 년 정도는 국내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타치는 지난 2012년 영국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를 인수하고 웨일즈 지역에서 원전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히타치는 협상을 통해 3조엔(약 31조원)의 건설 비용 중 영국 정부가 3분의 2를 대출한다는 동의도 얻어냈다. 나머지 3분의1은 히타치와 일본 및 영국 투자자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본 내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겼다.

히타치는 영국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지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 정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히타치는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 중단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일본 원전 업계는 해외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 실패로 해외 원전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해 11월 영국 원자력건설회사 뉴젠을 청산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013년 한국을 제치고 터키 시노프 원전 사업을 수주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터키 정부가 전력 가격 인상 등을 허락하지 않아 최근 철수를 결정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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