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나가고 싶어…밑천도 다 드러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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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뉴스1]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뉴스1]

최근 사표를 제출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청와대를 나가고 싶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탁 행정관은 이날 오전 1시15분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탁 행정관은 "'진짜 나가는 것이냐, 아니냐'는 지난 20개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며, 가장 많이 했던 답"이라며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에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전 비서관자리를 두고 걱정과 우려가 많으신데 안 그러셔도 된다"라면서 "의전비서관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탁 행정관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과 함께 나온 의전비서관 승진 희망설에 대해 답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탁 행정관은 "기획자이며 연출가가 어떤 일을 그만 둘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일이 끝났거나,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거나 그리고 입금이 안 되었거나"라며 "바닥 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며 사표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탁 행정관은 자신을 대체할 후임과 관련해 "누구 한명 빠졌다고 일이 안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20개월 동안 제가 혼자 일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무언가 성취가 있었다면 그것은 절대 혼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겸손이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청와대 행사라는 것이, 그저 찻잔 하나 놓는 일이라 해도 많은 고민과 협의, 협업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왜 이렇게 화제가 됐나도 생각해 봤는데, 그것이야 먼저 언론에서 화제로 만들어 주었고 그리고 나서 화제가 됐다고 화제를 삼으니 화제가 되고나서는 그냥 지나가도 화제, 얼굴만 비춰도 화제, 심지어는 얼굴이 안보여도 화제가 돼있더라"라며 "그러니 '너는 왜 화제가 됐느냐'고 묻지 말아 달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탁 행정관은 11일부터 휴가를 낸 상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탁 행정관의 사표가 수리됐느냐는 질문에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탁 행정관은 지난해 6월 29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시사했다. 당시 그는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퇴를 만류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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