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뜨면 … 찬호도 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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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찬호가 19일(한국시간) 벌어진 LA 에인절스전에서 포수 미트를 노려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선전은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승리? 13일(한국시간)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토고전을 통쾌한 역전승으로 이끌었을 때 박찬호는 그 소식을 듣고 14일 야구장에 나갔다. 그때 박찬호는 대표팀의 선전이 자랑스러워 자신이 아끼는 월드컵대표팀의 유니폼 상의를 입고 홈구장 펫코파크에 갔다. 그리고 LA 다저스를 상대로 시즌 4승, 통산 110승째를 거뒀다. 그는 "축구선수들의 승전보가 내게 힘이 됐다"고 했다.

19일 새벽. 축구대표팀이 프랑스와 2차전을 시작했을 때 박찬호는 또 한번 운동장에 있었다. 이번에는 원정경기. LA 에인절스의 에인절 스타디움이었고 경기시간이 겹쳤다. 그는 선발등판을 준비하면서 "라커룸에 TV를 켜 놓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 휘슬이 울리고 30분 뒤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역투했다. 축구대표팀이 강호 프랑스를 상대로 만족할 만한 1-1 무승부를 이끌어낸 것처럼 박찬호는 또 한번 승리를 거뒀다. 6과3분의2이닝 동안 5안타 3실점. 초반 약간 흔들리는 듯(1회 말 2실점) 했으나 중반(1회 2사부터 5회 1사까지 11타자 연속 아웃)을 잘 넘겼고, 4-3의 리드에서 마운드를 넘겨주자 불펜이 잘 막아냈다. 파드리스는 후반 쐐기점수를 보태 7-3으로 이겼다.

상대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바톨로 콜론이었지만 박찬호는 주눅 들지 않았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프랑스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운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최근 에인절스를 상대로 6연패에 빠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던졌다. 도망가는 피칭이 아니라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맞붙었다. '천적'이라던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3타수 무안타로 처리하면서 그 자신감은 더 커졌고, 결국 승리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축구대표팀이 뒤지고 있는 것을 알고 경기를 시작했고, 경기 중에는 TV를 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결과를 물었더니 비겼다고 해서 잘 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기'에 관해서는 "체인지업이 잘 들었고, 공을 낮게 던지는 데 주력했다. 불펜투수들이 리드를 지켜줘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박찬호는 시즌 3연승의 호조를 보이며 5승3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4.15를 유지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시즌 두 자리 승수가 무난해 보이는 호조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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