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변 국내출판계와 "한솥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구가 국내 출판공간으로 본격 편임되고 있다.
출판계는 오는 9월 북경에서 국내도서전을 연 뒤 연변까지 올라갈 계획을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 연변잡지에 연재되는가 하면 연변의 동포작가가 국내아동문학상 작품공모에 응모해왔다.
국내에 30여종이나 선보인 연변도서중 일부는 저자에게 인세를 지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설가 이호철씨등은「연변 조선작가의 집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 뛰고 있다.
1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고립된 채 한글과 한국의 정서를 지켜온 연변의 출판문화가 우리의 만족문화 공간으로 우리와 자리를 함께하게 된 것이다.
연변의 한글문학 월간지 『천지』 4월호부터 연재되고있는 국내소설은 임훤영씨의 장편 『헬로우 미미』. 한 벙어리 양공주의 비극적 인생 편력을 다룬 이 소설은 북경 중화서국에 근무하는 교포3세 정인갑씨(41)가 지난해10월 고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천지』에 연재가 이뤄졌다.
90년3월까지 1년간 연재될 예정인데 정씨는 계속해서 국내작품을 연변에 소개할 작정이라는 서신을 보내왔다.
국내아동문학상에 작품을 보내온 사람은 연길시 연변인민출판사에 근무하는 채봉선씨(36). 제8회 계몽사 아동문학상에 『파산당한 꾜마 곰』이라는 동화로 응모했다.
채씨는 작품과 함께 동봉한 편지에서 한국의 월간문학지『현대문학』에 실린 광고를 보고 동화를 지어 보낸다고 밝혔다.
소설가인 남편 강지민씨(41)와 합작해 지었다는 『파산당한 꼬마 곰』은 꾜마 곰의 천진무구한 마음을 악용해 자기들의 이기심을 채우는 여우·황소등 어른들의 세태를 꼬집은 우화형식의 동화다.
작가 채씨는 평지에서 『아직 창작 수평(수준)이 그지없이 낮아 큰 희망은 걸지 않으나 동일 한민족으로서 또 한민족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한번 작품을 발표해 봤으면 하는 심정으로 응모한다』고 쓰고 있어 연변작가들의 마음에 한국의 출판공간이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백20자원고지 39장으로 꾸며진 이 동학에는 「방조」(친절), 「땅우에 퍼더버리고 앉아」(땅위에 퍼진채 주저앉아)등의 한국에서는 안 쓰거나 표현이 다른 낱말도 많아 별다른 정겨움을 주기도 한다.
연변작가에 대한 인세지불은 최근 동광출판사와 연변작가를 대표해 중국문인협회 연변분회 주석인 동포작가 이근전씨 사이에 계약이 체결됐다.
동광출판사는 앞으로 연변작가의 국내출판에 따른 저작권문제를 대행, 작품 발간,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아 연변으로 송금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김파의 시집『흰돛』을 펴낸 한길사와 이근전씨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를 출간한 도서출판 세계는 저자들이 모국을 방문했을 때 인세를 준적이 있다. 또 동광출판사도 항일기록집 『포효하는 목단강』과 『동틀 무렵』의 저자에게 이근전씨편에 인세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이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국내출판사의 인세지불의무는 없지만 동광출판사 최동전사장은 『연변한인들의 독특한 역사체험과 항일무장투쟁은 그 자체가 우리의 역사적·유산이며 이런 소중한 자료를 그냥 쓴다는 것은 민족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기에 인세지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활철씨가 주도하는「연변조선작가의 집」은 연변에 「조선문화학원」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씨에 따르면 총 소요기금 4억2천여만원중 2억원은 문예진홍원 기금에서 이미 확보되어 있고 현재 3백만원이 모금되어 있다. 이씨는 최근 내한한 중국문인협회 연변분회 부주석 김성휘씨와 만나 구체적인 건립계획을 숙의하고 있다.
내한한 김씨는 『중국 길림성위원회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이를 지원키 위해 부지마련을 마치는등 한국의 준비가 끝나는대로 회관건립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고 이씨는 전했다.
한편 연변도서전은 북경도서전 개최문제와 함께 중국당국의 의사을 타진키로 했는데 전망은 불투명한 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