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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부동산 전문가 “중국 자금 빠진 자리에 새로운 자금 채워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새로운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클라리온파트너스 이계준 아시아 대표 #기관투자자들 대체투자 비중 늘려 #이 대표 “앞으로 2년간 불황 가능성 높지 않아”

뉴욕의 대표적 부동산 사모펀드 기업인 클라리온파트너스의 이계준(42) 아시아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어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대체 투자 비중을 늘림에 따라 중국이 비운 자리가 메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계준 클라리온파트너스 아시아 대표.

이계준 클라리온파트너스 아시아 대표.

 특히 최근 들어 일본 기관들이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에 나서기로 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본시장인 일본의 자금이 움직이면 미국의 상업용 빌딩에 대한 매입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을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즉 안전 투자처로 손꼽기 때문이다.

 그는 “수조 달러 이상을 굴리는 일본 기관들은 그동안 안정적인 채권 투자에 주력해오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수익률 향상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일본 연기금들이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지 운용사 등에 자금을 위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전체적인 수익률 향상을 위해 해외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비율을 높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후퇴하는 ‘차이나 머니 엑소더스’ 현상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매매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투자자들은 고급 호텔과 대형 콘도 개발사업 등과 같이 대외 홍보용에 적합한 건물들에 주로 투자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인 임대수익 배당을 기본으로 하는 상업용 빌딩에 투자의 중점을 둬왔다. 호텔은 매일매일 공실률이 달라져 운영 전문성이 요구되고 콘도 개발사업은 미분양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크라이슬러 빌딩이 최근 매물로 나온 것도 부동산 시장 둔화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측면의 우려보다는, 오래된 건물이 신규 공급되는 건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면서 “더 이상 기존처럼 고급 부동산에 준하는 안정된 임대료 수입과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경제지표를 분석해보면 불황을 야기한 것은 바로 과도한 성장이었다”면서 이번 경제 성장은 완만하면서 꾸준한 성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연평균 실질GDP성장률은 2%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이는 과거에 비해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10번의 호황기를 거쳤는데 연평균 실질GDP성장률은 4%가 넘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완만한 성장 속도 덕분에 이번 경기 사이클이 더 오래 연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경제는 심각한 불균형과 과열의 신호가 많이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2년간은 불황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완만하고 꾸준한 성장 속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될 정도이지만, 과도한 대출과 투기적인 개발 사업을 부추길 정도로 과열된 양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위험은 존재한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최근 극도로 부각되고 있고, 특히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이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전개된다면 분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미국 및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 상승, 기업의 부채 비율 증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원칙을 지키고 위험을 줄여나가는 방어적인 투자 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부동산컨설팅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와 삼정KPMG, 애경그룹 등을 거쳐 2008년 도미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과정(MBA)을 나와 2013년 클라리온에 합류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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