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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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았던 사찰 전문기구인 이라크 서베이그룹(ISG)이 "대량살상무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BBC는 "미국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베이 그룹은 다음달 발간할 중간 사찰보고서에서 대량살상무기가 없다고 결론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서베이그룹'은 지난 6월 미군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 사찰 업무를 위임받은 전문가 집단으로 미국.영국.호주 등의 사찰 전문가 1만3천여명이 참가해왔다.

사찰 책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특별자문관인 데이비드 케이로 지금까지 그 활동은 비밀에 부쳐져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BBC는 서베이 그룹이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시리아 등 인근 국가로 옮겨졌을 것이란 일부 추측에 대해서도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서베이 그룹의 사찰요원들은 생물화학.방사능 관련 물질은 물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운반.배치하기 위한 어떠한 시설이나 물질도 이라크 내에서 찾지 못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관련 문서.사진 등은 발견했으며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현재 문안을 마지막으로 다듬는 단계에 있으며 일부 표현이 초안과 달라질 수 있으나 골자는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CIA 대변인 빌 핼로는 "서베이 그룹의 보고서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최종 결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잭 스토로 외무장관은 "(보고서 내용은)아직 추정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국제사회의 문제였음은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증거 문서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은 이라크 전쟁을 수행한 명분을 크게 훼손할 것임이 분명하다.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포틸로 의원은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총리의 정권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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