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미사일 놀음 당장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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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 시험발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 그랬던 것처럼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금융제재 등 미국의 대북 압박과 이로 인한 6자회담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험용 미사일 한 방에 미국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위폐 문제 등을 없던 일로 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판도 그런 오판이 없다. 이라크 사태와 이란 핵 문제로 이미 곤경에 빠진 조지 W 부시 행정부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구멍이 없다.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 그나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내 온건파들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매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11월 미 중간선거와 9월 일본 총리 선거에서 대북 강경파의 득세만 조장하는 자충수가 될 게 틀림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북한에 동정적이었던 남한 내 일부 여론마저 싸늘하게 식을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족 공조를 앞세워 대북지원을 계속해 온 노무현 정부의 교류.협력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제재 압력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해온 한국 정부의 입지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리를 내세우겠지만,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는 권리의 문제라기보다 국제정치적 문제임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카드는 손에 쥐고 흔들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보여 주고 나면 효과를 잃는 법이다. 자명한 이치를 무시하고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과 다름없다. 북한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미사일 노름을 당장 집어치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