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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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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요한 장수 비결의 하나이지만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규칙적으로 살수록 건강하고 질병에도 덜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생물 진화의 대원칙인 항상성(恒常性)으로 풀이됩니다. 모든 생체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보이며 이러한 경향은 인간처럼 고등생물일수록 강합니다.

인체는 놀랍게도 100조 개나 되는 많은 세포로 구성됩니다. 이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공통된 규칙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항상성입니다. 예컨대 체온은 36도를 유지하며, 체액은 0.9%의 나트륨 농도와 pH 7.4의 중성을 유지합니다. 이것은 한평생 유지되며 자율신경과 내분비계에 의해 우리가 의식하진 못하지만 매우 정교하게 통제됩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이러한 세포들의 항상성 유지에 매우 큰 도움을 줍니다.

인체의 규칙성을 통제하는 사령탑이 바로 뇌 깊숙이 위치한 시상하부의 생체시계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24시간을 주기로 움직이지요. 건강을 위해선 생체시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침을 늘 7시에 먹는다면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위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은 7시 전후로 위액과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등 원활하게 움직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또 소화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심장 박동과 혈압은 떨어지고, 팔과 다리의 근육은 이완되며, 많은 양의 침이 분비됩니다. 대뇌피질이 전혀 관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아침식사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이러한 생체리듬이 뒤죽박죽 엉키면서 자율신경계에 큰 혼란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불규칙한 습관이 쌓이게 되면 결국 위장병이 생기겠지요.

생체시계를 고정시켜 항상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태엽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아침 기상시간입니다. 늘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습관이란 뜻입니다. 설령 일이 많아 잠을 줄여야한다면 취침 시간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증 치료에도 기상시간의 고정은 중요합니다.

월드컵 열기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분이 많습니다. 새벽에 중요한 경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한국인의 생체시계가 혼란에 빠진 적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있는 날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자명종을 맞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월드컵 이후라도 가능하면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홍혜걸 객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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