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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가장 소중한 물건"…11km 달려 지갑 찾아준 경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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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최한성 경위가 서모(25)씨의 지갑을 찾아주고 받은 메모. [사진 강남경찰서]

지난 2일 서울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최한성 경위가 서모(25)씨의 지갑을 찾아주고 받은 메모. [사진 강남경찰서]

지난 2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사거리에서 새해 첫 근무 중이던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최한성 경위에게 한 청년이 다가왔다. 버스에 지갑을 놓고 내렸는데 찾아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워낙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최 경위는 청년을 순찰차에 태우고 버스를 쫓기 시작했다.

신입사원 서모(25)씨의 지갑에는 현금 17만원과 신분증, 그리고 회사 법인카드가 들어 있었다. 상사에게 받은 법인카드를 잃어버리면 발급받는 데 시일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업무에 차질이 생겨 질책을 받을까 걱정이 컸다. 최 경위는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본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니까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6번 버스를 탔다는 서씨의 말에 최 경위는 버스회사와 연락해 그가 탔던 버스를 추적했다. 서씨가 탔던 버스인 줄 알고 쫓아갔으나 다른 버스인 적도 있었고, 길도 막혔다. 지갑을 찾기 위해 달리다 보니 결국 중랑구 중화역 부근까지 다다랐다. 코엑스사거리에서 약 11km를 달려야 하는 거리다. 길에서 버스를 세우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니 도착 예정인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만난 146번 버스. 다행히 승객이 지갑을 찾아 버스운전기사가 보관하고 있었다.

최 경위는 근무지로 돌아가면서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서씨를 회사까지 태워주기로 했다. 가는 도중 무언가를 적는 듯 보였던 서씨는 순찰차에서 내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메모를 내밀었다. 최 경위는 “속으로 손편지를 받으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감사 편지 안에 들어있던 5만원. 최 경위는 서씨에게 다시 연락해 돈을 돌려줬다. [사진 강남경찰서]

감사 편지 안에 들어있던 5만원. 최 경위는 서씨에게 다시 연락해 돈을 돌려줬다. [사진 강남경찰서]

소중하게 편지를 간직한 최 경위는 30분쯤 후 메모지를 펼쳐보고 깜짝 놀랐다. 5만 원권 한장이 접혀 들어있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다시 연락해 정중히 거절하고 돈을 돌려준 최 경위는 “아무리 감사 인사라도 근무하면서 무언가를 받는 건 하지 않겠다는 게 신조라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수고하신다며 시민이 내미는 커피 한 잔도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경찰분께 지갑을 찾아 달라 여쭤보긴 했지만 정말 해주실 줄은 몰랐다”며 “책임지고 끝까지 따라가 찾아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멋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 지었다.

최 경위는 “시민의 작은 요청이라도 본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일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신고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버스회사에 연락해 버스 노선번호와 시간대를 말하면 기사에게 분실물을 찾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시간이 흘러 분실한 것을 알게 됐다면 버스 유실물센터에 확인 후 가까운 파출소에 분실신고 접수를 하거나 ‘경찰 로스트 112’ 앱에 접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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