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더니”…고민상담 앱 ‘나쁜기억지우개’ 데이터 판매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2일 열린 '2018 문화데이터 박람회'에서 참석자가 나쁜 기억 지우개 플랫폼(왼쪽)을 체험하고 있다 (오른쪽) [나쁜기억지우개 앱 캡처,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일 열린 '2018 문화데이터 박람회'에서 참석자가 나쁜 기억 지우개 플랫폼(왼쪽)을 체험하고 있다 (오른쪽) [나쁜기억지우개 앱 캡처, 연합뉴스]

청소년 익명 고민 상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나쁜 기억 지우개’가 사용자 정보를 판매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해당 앱의 법령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 방통위는 나쁜 기억 지우개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위치정보의 보호·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엄정하게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청소년들이 가족 친구 관계 등에서 겪은 고민을 익명으로 쓰고 댓글 등을 남길 수 있는 앱이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해 구글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5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지난해 초부터는 서울과 대구의 청소년 아동 쉼터와 협업해 ‘자살’, ‘자해’ 등을 언급한 청소년들의 위치를 분석, 인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와 연결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네티즌은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이 사용자들의 고민 내용 등이 담긴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데이터들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오픈마켓 ‘데이터스토어’를 통해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데이터에는 이용자들의 출생연도, 성별, 고민 글 내용, 작성 날짜, 글 작성 당시 이용자 위치 등의 항목이 담겼으며,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월 500만원에 데이터를 판매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사용자들은 나쁜 기억 지우개는 익명을 보장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고 설명했었는데, 어떻게 글들이 여전히 남아 판매까지 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논란이 일자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판매 글을 바로 내리고, 유튜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준호 나쁜 기억 지우개 대표는 “사용자분들의 고민 글을 통계를 위한 데이터로 판매하려고 했던 점이 잘못이고, 책임을 지겠다”라며 “도의적으로 사용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이미 판매가 되었다,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도 유출되었다는 것은 모두 루머이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법적인 절차는 사전에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익명 글이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는 명시 글과 달리 그동안 보관됐던 이유에 대해 악성 사용자를 제재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악성 사용자가 글을 삭제할 경우 데이터가 백업되어 있지 않으면, 해당 사용자의 악의적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다른 앱과 포털 등에서도 하는 방식으로 나쁜 기억 지우개 측 역시 용이한 관리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논란이 된 사용자 위치정보 수집 기능도 현재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