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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하 사임 후 일 정국|이토 「청렴 정치」간판 빨리 내걸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다케시타」 수상의 퇴진발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라 벌어진「아오키」 전비서의 자살사건은 일본정계의 앞날이 순탄하지만 않을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아오키」비서의 죽음은『모든 책임은 오야붕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는 「다케시타」옹호의 한 표현이지만 한편으로 리크루트 스캔들의 모든 책임을 비서에게 떠넘기고 있는 관련 자민당중진에게 일대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파국을 맞고있는 일본 자민당 총 주류 체제의 보스는「다케시타」라기보다 「나카소네」전 수상이며 때문에 「나카소네」전 수상의 증언만이 리크루트 비리를 청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일본야당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의 일본정국은 「나카소네」증인 환문제를 전면으로 부상시켜 이를 관철하려는 야당과 이보다 앞서 예산안 심의 통과를 강행하려는 자민당과의 줄다리기로 파란이 예상된다.
자민당은 앞서 무슨 일이 있어도 28일까지 예산안의 중의원 통과, 참의원 송부를 강행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향후 정국의 최대걸림돌인 「나카소네」수상의 증인소환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아직도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소환은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법 이론을 내세우며 「나카소네」의 증언은 있을 수 없다고 버티는 자민당 내 「나카소네」파의 의견이 아직도 우세하다.
그렇다고 「나카소네」를 끌어내지 않고 예산안 통과를 강행하다보면 이에 대한 인책으로 야당이 주장하는「중의원해산-조기총선」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한 자민당의 카드는 「이토」와 같은 때묻지 않은 당 원로를 재빨리 후계로 내세워 「청렴 정치」를 간판으로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뿐이다.
때문에 「이토」후임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케시타」수상은 이를 위해 26일 「아베」 간사장, 「와타나베」 정조회장과 연쇄회담을 갖고 「이토」총무회장의 후계선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는 연휴가 끝나는, 5월10일께면 「이토」새 후임체제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당 내각계파의 의견을 조정, 당3역 등 간부의 인선도 서둘러질 것 같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다케시타」파의 수장격인 「가네마루」 전부수상이 부총재를 맡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며 당3역은 「아베」 「나카소네」 「다케시타」3파를 안배, 간사장에 「시오카와」, 총무회장에 「스나다」, 정조회장에 「하시모토」가 부상되고 있다. 한편 외무·대장·통산·법무 등 주요각료는 유임되리라는 예측이 강하다.
이처럼 후계체제를 서둘러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승세에 있는 야당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경우는 자민당단독예산통과 강행의 여파로 중의원 해산의 파란곡절을 겪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카소네」전 수상이 국회증언대에 서야할 입장에 처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되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게 되어 자민당지배체제가 최대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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