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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조각 감상하며 「교리」배운다.|8월에 문 여는 「불교조각 야외전시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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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불교교리를 조각으로 표현하여 자연공간속에 집중 전시하는 「불교장엄조각 야외전시관」 이 독실한 불교신자이며 전승목각 도예가인 목아 박찬수씨 (42) 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여주군강천면리호리 남한강가 1만여평의 대지위에 세워질 불교조각 야외전시관은 일주문·사천왕문·대웅전·나한전 등 사찰의 형태를 갖춘 전시관과 공방·불교문화연구실·자료실·상설전시실을 갖춘 현대식 건물의 전시관, 그리고 돌·브론즈조각을 전시하는 야외공간으로 설계돼 있다.
박씨는 10여년전부터 연차적으로 대지를 구입하고 5년전부터 전시조각제작에 착수, 개관을 위한 준비를 해왔는데 우선 오는 8월에 현대식 4층 전시관건물을 완성하고 사찰형태의 전시관은 연차적으로 건설해 나갈 예정이다.
불교예술작품은 사찰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으나 단편적이다. 불교조각 전시관은 불교교리를 체계화하여 조형예술로 형상화하고 고구려·백제·신라·고려·조선에 이르기까지의 변화과정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예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중요한 의의를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조각 야외전시관은 사찰형태로 지어진 전시관이 중심이 된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신불이 목조각으로 모셔지고 후불탱화·닷집·법상과연꽃·촛대·향로 등 장엄도구가 모두 목조각예술품으로 만들어진다. 관음불과 미륵불은 야외에 전시된다.
관음불은 12m높이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닷집을 만들어 모신다.
나한전에는 갖가지 표정의 5백나한이 조각되어 자리한다.
박씨는 지악전과 극악전도 만들 예정이다. 전과 전사이에는 회당을 만들어 그 속에 팔상도·신장, 각종 목탱화 등의 조각을 전시한다.
불교가 한국에서 토착화된 모습을 보여 줄 산신각을 만들고 토속신앙과 불교가 조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조각도 보여준다.
전시되는 불교조각중에는 현대적 감각의 비구상작품도 있다. 『윤회생사』같은 작품이 그것으로 웃음띤 얼굴, 괴로운 얼굴 등 10개의 각각 다른 표정의 얼굴모양을 봉으로 연결하여 사람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업을 표현했다. 또 부처님 모습을 자연그대로의 둥근나무를 칼로 툭툭쳐서 간단한 선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이같은 현대적 감각의 표현은 불교의 현대적 수용을 시도하는 것으로 화제가 될 것 같다.
전시되는 조각은 돌·브론즈 등도 있으나 대부분 목조각이다. 박씨는 『목조각이 금동이나 석조각보다 자연스러운 맛이있고 또 섬세함과 날카로움이 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들 조각들의 외면을 페이퍼를 쓰지 않고 칼로 매끈하게 다듬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한상·목탱화제작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5년전부터 작업한 5백나한상이 이제 2백여개가 완성되였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기쁜 일, 슬픈 일을 모두 겪고 불성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나한상은 입만 웃지 않고 뱃속까지 웃도록, 또 지극한 슬픔을 표현하도록, 법열의 순간을 나타내도록 조각하느라 애썼다.
또 서양인·흑인·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의 모습을 담아 작가 나름대로 불교가 세계를 포용하는 것을 나타내려 했다.
불교예술의 목조각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나 근대에 와서 맥이 끊기고 또 중요한 유물들이 일본 등으로 유출되어 새롭게 시도되어야 할 부분으로 있다.
사찰형전시관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되는 곳에 세워지는 현대식 건물전시관은 전체가 4백평규모. 지하1층·지상3층으로 지하1층과 지상1층에는 공예공방이, 2층에는 인도·일본·중국 등지의 불교예술작품과 각종 문헌을 전시하는 연구실·재료실이 들어앉는다. 3층은 불교조각품 상설전시관, 공방에는 공인들이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무재료·연장(5백개) 도 전시한다.
박씨는 조계종포교사. 불교조각 야외전시관은 예술가로서의 작업인 동시에 신자로서의 발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부처님의 진리와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고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이 불교조각작품을 보면서 자기를 비추어 보는 업경대의 역할을 해 교화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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