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얼었다 … 2006년 상장종목 83%가 공모가 밑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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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 들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조정장세의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첫 거래 가격인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도는가 하면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회사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공모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일부 상장 기업은 당초 잡혔던 공모 일정을 늦추거나 공모가를 낮추고 있다.

◆공모 기업 줄줄이 급락=1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18개 기업 가운데 83%인 15개사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7일 상장한 제이브이엠은 시초가부터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달 23일 상장한 엔트로피도 거래 첫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했다. 모빌탑.엠비즈네트웍스 등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특히 2월 상장한 제우스는 주가가 많이 하락하자 공모에 참여했던 일반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기도 했다. 풋백옵션은 신규 상장후 한 달 이내에 주가가 공모가에 못 미치면 주간 증권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공모주 투자 열기도 급속히 식고 있다. 13일 공모를 마감한 동우는 청약 경쟁률이 4.8대1에 그쳤다. 5월 공모에 나섰던 씨앤비텍과 제이브이엠 등도 경쟁률이 두자릿수였다. 올 초 공모를 실시한 기업 대부분이 세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다.

◆'공모가 거품' 논란도=새내기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올 초 증시 활황으로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반적으로 주간 증권사는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다른 유사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공모가 밴드(가격대)를 설정한다. 이후 기관들을 상대로 수요 예측 조사를 실시한다. 기관들이 사고자 하는 수량과 가격을 가중평균 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공모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교보증권 양승재 IB2팀장은 "올 초 비교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모주들의 공모가 밴드가 높게 설정됐다"며 "증시 활황속에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는 등 공모가에 거품이 들어간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우스.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의 매출액.순이익이 악화하는 등 실적 부진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롯데쇼핑은 주당 40만원에 공모주 청약을 받았으나 3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4월28일 이후 주가가 계속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공모주들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장 예정기업들의 공모가가 공모희망가격보다 낮아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청약을 받은 동우.오엘케이.포인트아이는 공모가가 공모희망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또 이달 공모를 앞둔 맥스엔지니어링.인포뱅크 등은 이례적으로 공모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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