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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새 주인 경영권 잡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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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그룹, 현대중공업에 우호적인 KCC 등 현대상선의 주요 대주주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일반 주주들에게서 신주인수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증자 지분을 늘려가며 청약했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중공업 그룹과의 지분 격차를 약간 늘렸다. 그러나 차이가 크지 않아 현대상선의 경영권은 현대그룹과 중공업그룹 중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쪽이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14~15일 실시한 유상증자에 현대상선 지분 10%를 가진 외국계 투자사 케이프포춘을 비롯해 범(汎) 현대그룹의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현대해상 등 주요 대주주가 모두 청약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증권거래소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확보, 배정분인 420만4000주보다 34만7775주(0.26%)를 더 갖게 됐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직접 보유분과 우호지분을 합쳐 증자 후 39.19%를 확보하게 된다. 정몽준 의원 측의 31.46%와는 7.73%포인트 차이다. 증자 전(3.1%포인트)보다 차이를 4.63%포인트 더 벌렸다.

<그래픽 참조>

현대상선은 증자 물량의 20%를 현대상선 우리사주에 우선 배정하고, 현대엘리베이터가 신주인수권을 확보함에 따라 두 그룹 간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향배를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증자 후 현대상선 지분 6.29%를 갖게 되는 범 현대그룹이 어느 편인지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상선 지분 8.3%를 확보한 현대건설을 인수해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올해 초 "사운을 걸고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모태가 현대건설의 중공업사업부이며, 현대건설을 가져가는 쪽이 사실상 그룹의 정통을 승계하는 것이란 점을 들어 현대중공업도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확보,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변동에 이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양측 간에 '3라운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8~9월께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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