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에 올해 중국인 합격생 '0명'…왜?

세계 최고 공대로 평가 받는 매사추세츠 공대(MIT) 정경. [사진 MIT]

미국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메사추세츠 공대(MIT)가 올해 사전입학 전형에서 중국 출신 학생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MIT가 의도적으로 중국 출신 학생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강경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학생의 미국 명문대 입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MIT는 사전입학 전형에서 내신성적, 유학준비 정도, 희망 전공 등을 따져 매년 70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올해의 경우 해당 전형에 세계 각국에서 9600여명의 학생이 지원했으며, 중국 출신의 합격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합격자 가운데 중국 국적의 학생 5명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와 중고등학교를 모두 미국에서 졸업한 학생들이었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MIT 사전입학 전형에 합격한 중국 출신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 출신 유학생들을 잠재적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백악관에서 모든 중국인 유학생의 미국 대학 입학을 금지하는 방안을 토론한 적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토론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이유가 거론됐는데, 입학 금지는 과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행은 하지 못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인 학자나 유학생이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중국인 학생의 미국 명문대 합격률이 낮아지는 이유가 '소프트 스킬'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대학은 리더십, 시민의식 등을 뜻하는 소프트 스킬을 중요하게 보는데, 중국 학생들은 공부에만 매달려 이를 키우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중국 선전의 교육업체 대표인 쑨루이는 "선전에서는 지난해 2명의 학생이 스탠퍼드대학에 합격했으나, 올해는 한 명도 없다"면서 "중국 학생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전체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