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용균법 통과 위해 조국 국회 출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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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김경록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김경록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조국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병도 “법안 처리 진척없다” 보고 #대통령 “내 뜻 국회에 전해라” 지시 #현직 민정수석 운영위엔 첫 출석 #“사실관계 확인엔 묵비권 안 쓸 것”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조국 수석의 운영위 참석과 김용균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런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수석이 “잠시 후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다”고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회동 전에 내 뜻을 전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 수석은 곧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의 일반 운영위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이던 2003년 국회에 세 차례 출석한 적이 있지만 당시 문 수석은 국정감사 증인 신분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인사 검증 등의 사안이었다면 결코 출석할 수 없지만 민정수석실 운영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 출석이 결정됐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김용균법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조 수석의 국회 출석에 대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며 “최소치는 김용균법이고, 여야 협상을 통해 더 얻을 수 있다면 유치원 3법, 대법관 표결 처리, 민생 법안 등이 모두 거론됐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조 수석의 국회 출석 시나리오는 없었고, 출석을 검토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조 수석 본인도 피고발인 신분이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묵비권을 행사할 뜻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전화를 무단으로 압수한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를 주장하지만 본인의 동의 서명이 존재한다”며 “이 밖에 한국당이 ‘블랙리스트’라고 지칭한 환경부 문건에 대해서도 결국 한국당이 스스로 발목을 찍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 문건이 민정에 보고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상자들에 대한 조치도 전혀 없었다. 진짜 블랙리스트였다면 이랬겠느냐”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결정을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뒤에도 이를 보안에 부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적 결단을 했으면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 때에야 관련 언급을 했다.

합의가 나온 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밤부터 조 수석의 출석과 관련한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었다.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는 내 설득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 문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의 출석으로 합의되면서 여야는 이날 김용균법 처리를 비롯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비상설 특위 연장,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줄줄이 합의했다.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불거진 정보위원장직을 둘러싼 야당 간의 갈등도 위원장직을 바른미래당에 양보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유치원 3법’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패스트트랙 처리 절차를 밟게 됐다. 또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는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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