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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안 주자 도시락 싸 탑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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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사는 로라 멀론(56)은 시애틀로 출장가기 전날 밤이면 훈제연어와 신선한 바게트빵.염소젖 치즈 등을 넉넉하게 준비한다. 다음날 비행기에서 만날 옆자리 사람들과도 나눠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멀론에겐 큰 즐거움이다.

기내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운임을 대폭 낮춘 저가 항공사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최근 미국에선 '기내 피크닉'바람이 불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고지방의 형편없는 기내식'이 사라진 게 승객들에겐 스스로 하늘에서 즐길 피크닉 먹거리를 개성껏 준비할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미국 공항에선 주스와 와인, 집에서 만든 신선한 음식물 등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를 들고 기내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미국 각 공항에서는 기내 피크닉족을 위해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인터넷으로 음식을 미리 주문한 뒤 탑승할 때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최근 뉴욕 케네디공항 6번 청사에 직접 이런 가게들을 열었다. 처음에는 회사 직영으로 운영했지만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아예 전문 회사와 계약을 했다.

그러나 먹자판이 되다시피한 기내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다양한 음식들에서 풍겨나오는 갖가지 냄새는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지가 넘쳐나면서 항공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메리칸 트랜스에어의 승무원 피터 리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손님들이 직접 치워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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