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중흥 위한 "몸부림" |창도 130주년 맞아 민족종교로서의 위상정립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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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천도교는 5일 1세 교조 수운 대선사의 교단창립을 기리는 천일 기념행사를 서울 중앙총부를 비롯한 전국 2백여 교당에서 일제히 갖고 교단 중흥을 위한 다짐을 새롭게 했다.
천도교는 최근 오익제 교령(60)을 새 종단지도자로 추대하면서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이루어 종단의 모습을 새롭게 했다. 또 남북통일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천도교가 맡아야할 역할을 새롭게 인식, 교단 내에 민족종교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확립하려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
천도교는 광복이후 교세가 약화되었다.
오 교령은 『객관적으로는 분단시대를 맞았기 때문이고, 내부적으로는 일제와 해방공간을 거치면서 교인의 희생이 많았고 종단 내에 특출한 지도자가 없는 가운데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령은 분단상황은 외세 추종세력의 득세와 민족세력의 쇠퇴를 낳았고, 또 천도교가 일제하에서 억압당하고 해방공간에서는 48년 남북분열저지투쟁으로 교인 2만여 명이 검거되는 수난을 당해 뿌리가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오 교령을 중심으로 한 천도교는▲인내천의 창도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교역자양성을 통해 종교로서의 영성적 측면을 강화하며▲지방교구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를 개혁하고 ▲출판 문화활동, 동학 1백주년 기념사업 등을 활발히 하여 포교에 힘쓰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세워 종단의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천도교의 인간평등사상은 1920년대의 상황에서는 첨단적인 것이었으나 오늘에 와서 종교로서의 보다 깊은 영적 추구가 있어야 하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에 힘쓰고, 종단을 이끌어갈 교역자의 양성과 교리의 재해석이 요망되고 있다.
천도교는 현재 평신도 중에서 교역자를 뽑는 특이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종단을 정신적으로 이끌어갈 교역자가 필요하다. 천도교 측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현재의 「종학원」을 대학수준으로 상설 운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동학혁명과 3·1 운동을 주도한 천도교는 민족운동의 주역이라는 전통을 살려 통일을 위해 큰 역할을 해내겠다는 것이다. 또 천도교의 교리가 양극사상을 넘어 서는 융합의 정신에 있기 때문에 사상·이념의 대립을 넘어 민족화해·단결·평화를 이루어나가는 기본이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천도교는 현재 북한에 있는 천도교 청우당과 천도교 중앙지도위원회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검토하면서 앞으로 천일 기념행사 공동주최 , 교인 상호방문 등의 제안을 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북한의 천도교는 8백 개의 지방조직과 30만 명의 신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도교 측은 그 성격이 어떤 것이냐를 검토해야 하지만 대화의 노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오 교령은 1994년 동학 1백주년을 앞두고 종단이 총력을 기울여 동학의 정신과 의의를 정립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각종 세미나를 여는 한편, 논문집을 내 퇴학혁명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것이다.
또 동학혁명기념관을 세우고 전적비·위령비 건립도 추진한다.
출판문학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개벽』을 비롯해 1920∼30년대에 어린이·농민·여성·시사잡지와 기관지를 냈던 천도교의 문화운동이 지금에 와서는 너무 위축돼 있다. 천도교 측은 현재월간인 『신 인간』을 『개벽신보』로 바꾸어 주간으로 내는 방안 등 각종 출판문화사업의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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