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늘푸른 소나무』 2부 8일부터 게재 |본지 연재소설 앞으로 전개될 줄거리와 뒷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방대한 스케일에 치밀한 구성, 그리고 일제 하의 암울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넉넉한 시점에서 형상화해 냄으로써 독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본지연재소설 『늘푸른 소나무』가 5일로 1부「편력」을 끝마치고 8일부터 2부「세속」으로 들어간다.
87년 3월16일 연재를 시작, 햇수로는 만 2년 여, 원고 수로는 3천8백장에 이르렀다. 작가 김원일씨에게『늘푸른 소나무』의 전체규모 및 앞으로 전개될 기둥줄거리, 연재 뒤에 얽힌 이야기 ,작품세계 및 문학관등을 알아본다.
『「늘푸른 소나무」는 모두 3부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제 1부에서 1911∼1916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주인공 주율(아명 어진이)과 백상충을 중심으로 종교적 탐구와 독립운동을 엇섞어 나갔는데 제 2부에서는 주율이 밑바닥 세계의 체험을 통해 각성해 가는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제 2 부는 영남 유림단 사건에 연루돼 투옥된 주율이 출감하는 1918년부터 시작된다. 고문으로 뇌를 다쳐 정신이상이 된 주율은 출감 후 산문을 떠나 속세를 방황하게 된다.
『벌목 노동자·공장노동자로 전전하는 주율의 밑바닥 삶을 통해 일제의 질곡에 신음하는 민중의 삶을 부각시키고 싶습니다. 또 출감 후 경남지방의 3·1운동을 주도하는 백상충을 통해 우리 소설문학에서 등한시된 감이 없지 않던 3·1운동의 구석구석도 조명해볼 생각입니다.』
김원일씨는 제3부에서 1930년대를 배경으로 주율이 종교적 탐구, 밑바닥의 생 체험을 바탕으로 민중의 지도자로 부상하여 일제에 비폭력·사랑의 운동으로 맞서다 끝내는 암울한 시대의 희생양으로 순교하기까지를 그린다.
『늘푸른 소나무』는 일제하를 배경으로 한 시대소설이면서 인공 주율의 성장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 틀을 잡아 나간다는 것이다.
『일제 하의 시대상을 올바로 그리기 위해 77년부터 꾸준히 자료수집을 해 왔습니다. 경남지방의 항일운동사로부터 일제시대의 민족운동사·민족종교사·해외항일투쟁사·일제 수탈사 등을 수집했고 최근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진보적 시각의 일제하 사회과학서적도 읽어 인식의 폭을 넓히려고 애썼어요.』
67년 『현대문학』장편 소설공모에『어둠의 축제』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 김씨는 그 동안 『노을』 『불의제전』 『겨울 골짜기 』 『마당 깊은 집』등 장편 7편, 중·단편 70여 편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끌어왔다.
김씨의 작품들은 주로 6·25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분단에서 비롯된 민중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김씨의 6·25는 소년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체험에서 오는 사실성과 잘 여과된 소년기의 기억에서 얻을 수 있는 서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좌우 이데올로기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이다.
이와 같이 6·25전후를 즐겨 소재로 다뤄온 김씨가 한 시대를 거슬러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늘푸른 소나무』를 쓰고 있는 것은 작가로서의 김씨의 시각과 의식의 확대로 보여진다.
『한일합방과 더불어 신조에 따라 자결하는 사람을 그린 단편 「절명」을 지난 77년 발표하면서 일제시대를 깊이 있게 다루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85년 간행한 장편「바람과 강」에서 6·25직후의 암울한 상황과 일제시대 상황을 중첩시켰는데 우리 민족에 안겨진 역사의 상처가 일제가 우리에게 준 고통에 뿌리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 다.』
우리의 아프고 어려운 삶의 근원, 나아가 민족의 비극적 근원을 일제로까지 끌어올리는 소재의 확산을 김씨는『변절』에서 시작해『바람과 강』을 거쳐『늘푸른 소나무』로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이지만 그들의 잠재된, 혹은 분출된 힘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즐겨 다루는 김씨의 「민중지향문학」은 그러나 요즘의 「민중문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학은 시대적·정치적 상황 아래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다룰 뿐 이념을 선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고통의 매듭들 같이 비비꼬이기는 했지만 늘 푸르게 우리들 가까이 있는 소나무처럼 역사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민중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몫입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고 시대의 아픔을 느끼며 보다 인간적인 삶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김씨는 『늘푸른 소나무』의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다른 작품을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써왔던 『불의 제전』도 당분간 구상만 할 예정.
『제2부부터는 주인공의 다양한 체험이 묘사되기 때문에 독자들의 읽는 재미도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첫 신문연재소설을 쓰면서 김씨는 높은 문학성과 재미를 가지는 소설로서 독자와의 행복한 만남을 이루기 위해 하루 6장 남짓의 원고지를 놓고 고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분량의 줄임과 늘림 사이에서 매일 방황한다는 것이 김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