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사고사 청년 동료 "입단속하라 지시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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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사비로 산 손전등과 건전지, 식사시간이 부족해 끼니를 때우는 데 이용했던 컵라면, 석탄 가루 가득한 수첩…

지난 15일 공개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김용균(24)씨의 유품들이다. 김씨는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라면과 과자로 식사를 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19)군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발견됐던 것을 연상케 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사진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사진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김씨 교육을 담당했던 이성훈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씨는 ‘밥 먹고 일하라’고 전화를 해야지만 들어와서 밥을 먹었던 친구다”라며 “욕도 못 하는 천진난만한 친구”라고 말했다.

‘컵라면이 왜 유품으로 있었냐’는 질문에는 “12시간 일하다 보면 밥을 대신해서 먹을 게 필요했다. 그것조차도 먹고 나갈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끼니를 건너뛰고 일하는 수가 태반사”라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방송에서 ‘입단속 잘해라’ ‘기자들 만나면 인터뷰하지 마라’ 등과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뭘 얘기 나오면 그거 가지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기자들 아니야? 걔네들은 이쪽 사정을 잘 모르니까 엉뚱하게 얘기 들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씨는 “현장 투입을 빨리하라는 재촉에 3개월도 짧은데 김씨를 3일밖에 교육을 못 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현장에 와보면 사고가 또 100% 날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반영한다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가 있는 용균이가 라디오 방송이 전파가 제 목소리가 훨씬 멀리 퍼지니까 용균이한테 한마디 하고 싶어요. 용균아 목소리 들리지? 너도 거기서는 먼지 뒤집어쓰지 말고 이제는 거기서 편히 쉬어. 어머니·아버지는 내가 위로해 드리고 보살펴드릴 수 있게끔 해 줄게. 용균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용균아 잘 지내 거기서. 다 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앞서 한국서부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김씨는 홀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발전은 16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유가족분들과 동료분들이 받았을 깊은 고통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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