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포크레인으로 수해 복구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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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해민들이 겪는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직접 달려 왔습니다."

김용팔(39.충남 태안군 안면읍)씨는 24일 하루 종일 태풍 '매미'로 아름드리 나무가 무더기로 쓰러져 있는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에서 수해 복구에 땀을 흘렸다.

지난 18일 저녁 5t 트럭에 포클레인 한대를 싣고 안면도를 출발해 이튿날 새벽녘에야 달성군에 도착한 뒤 6일째 계속하고 있는 수해복구 봉사다. 이번 태풍에 어느 곳보다 피해가 컸던 대구시 달성군에는 그간 서울 등 전국에서 원정봉사대가 다녀갔다.

金씨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장비가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실의에 젖은 주민들을 묵묵히 돕고 있어 달성군 일대에서는 어느덧 화제의 주인공이 돼 있다. 23일까지 닷새 동안은 자신이 몰고 온 포클레인으로 현풍면 현풍천의 범람 피해를 말끔히 씻어내는 데 매달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활동이 알려지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며 복구현황을 파악하러 온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자꾸 소문내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金씨는 "무슨 큰 일이나 하는 것처럼 소문 나는 게 쑥스럽다"며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먹고 자는 문제도 주민들이나 행정관서의 신세를 지지 않고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에는 도동서원 근처의 작은 암자에서 묵었다고 한다.

안면읍에서 중장비 임대업(대성종합중기)을 하는 金씨는 자신의 사업장도 태풍 피해를 보았지만 어느 정도 수습되자 자기 소유의 중장비로 수재민들을 도울 결심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마산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추풍령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대구사람들로부터 달성군의 피해 소식을 듣고 행선지를 바꿨다.

평소에도 자주 자신의 중장비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金씨는 "대구가 아내의 고향이기도 해 '처갓동네 사랑'쯤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金씨는 처음 계획했던 '열흘 간의 원정봉사'를 마친 뒤에 안면도로 돌아갈 계획이다.

대구=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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