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손상기 1주기 유작전」화집 『요절한 문제작가…』도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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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1년 동덕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자신의 불구가 강요한 끝없는 심적 고뇌와 외로움, 가난을 딛고 마치 삶을 걸고 싸움이라도 하듯 격렬하게 작품을 발표해오던 작가 손상기 씨가 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지난해 2월11일. 병명은 폐울혈성 심부전증.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평소 그를 아끼고 그의 예술을 사랑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샘터화랑 (742-0339·4일까지)과 강남현대화랑 (549-6880·1∼13일) 두 곳에서 고 손상기 1주년기념 유작 전을 열고 있다.
기념 전시회에 맞춰 도서출판 인의에서는 고인의 유작 도판 1백 점과 원동우·윤범모씨 등의 작가론을 담은 화집 『요절한 문제작가, 그 천재성의 확인 손상기』를 출간했다.
초등학교 시절 척추를 다쳐 외형상 보기 흉한 불구가 됐던 그는 초기엔 『자라지 않는 나무』 『시들지 않는 꽃』등의 연작을 통해 자기 전기적 소재와 폐쇄된 심리를 반영하는 그림을 그렸다. 80년대 초부터는 자신이 정착한 서울의 그늘진 모습과 그곳에서 소외된 채 힘겨운 삶을 영위해 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공작도시』연작을 발표했다.
그의 그림들은 회청·회백·회갈색 등의 어두운 무채가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윤곽의 디테일을 거부하면서 어지럽게 덧칠한 붓 자국과 '그 위에 나이프 등을 이용해 마치 생채기처럼 그어댄 날카로운 스크래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원동석 씨는『그의 작품들은 현실에 대한 직설적 비판도 아니며 기성 구상세대의 안온한 서정세계도 아니다. 서정성 너머로 감추어진 현실에의 응시가 서려 있다는 점에서 그는 서정적 현실주의라는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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