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5개월간 미국 상원의원 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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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출신인 민주당 로버트 버드(88.사진)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로 미 의회사에 새 기록을 남겼다. 상원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의원으로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는 2003년 6월 100세의 나이로 작고한 스트롬 서먼드 전 상원의원(8선)의 기록인 47년 5개월을 이날 경신했다. 버드 의원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미 역사상 초유인 상원의원 9선에도 도전한다.

'9선이 되면 95세까지 일해야 하는데 그 나이에 괜찮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나이는 내 다리를 빼고나면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두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걷는 그는 "나는 지금도 확신이 강한 만큼 열정적으로 말하고 일할 수 있다"며 "나는 평범한 상원의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탄광촌에서 광원의 입양아로 자라 광원의 딸과 결혼한 버드 의원은 평생 골프 한 번 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상원의원들이 골프나 바다낚시를 함께 즐기자거나 카드 게임을 하자고 했을 때 그의 대답은 늘 '노(No)'였다고 한다.

그는 의회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엄숙주의자다. 그는 처음 상원의원이 된 이들에게 "헌법을 명심하라"며 그 사본을 준다고 한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추문 사건으로 의회의 탄핵 대상이 됐을 땐 "대통령 직을 더럽힌 행위를 했다"며 준엄하게 질타한 적도 있다.

그가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건 청년 시절 인종차별집단인 큐 클럭스 클랜(KKK)에 가입한 사실이다. 그는 이 문제로 많이 시달렸지만 1946년 주 하원의원 선거를 비롯, 그간 14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공화당은 11월 선거에서 그를 꺾기 위해 셸리 무어 캐피토 하원의원을 징발하려 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2000년 대선 이후 공화당 쪽으로 기운 만큼 캐피토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캐피토가 거부의사를 밝혀 버드의 9선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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