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C조'서 네덜란드 1승 선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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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들이 '죽음의 조'에서 한 발씩 앞서 나갔다. 네덜란드는 11일(한국시간) 열린 2006 독일월드컵 C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아르연 로번의 결승골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1-0으로 꺾었다. 한 경기씩을 마친 C조에서는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1승으로 승점 3점씩을 확보했다.

예상대로 독일 월드컵 무대의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네덜란드의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수비진의 집중 견제로 고전해야 했다. 그로 인해 생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수비의 빈공간을 '왼쪽 날개' 로번이 헤집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트랙을 달리는 육상 선수처럼 경기장을 질주하며 무력 시위를 하던 로번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면서 그라운드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마르코 판 바스텐 감독과 팀 동료도 로번의 컨디션을 알고 있었는지 이날 네덜란드의 공격은 철저하게 로번의 왼쪽 라인 위주로 이뤄졌다. 로번의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질주는 이 경기 최대의 볼거리였다.

양 팀 모두 8년 만에 밟는 월드컵 본선 무대라 적응이 필요했을까. 전반 초반 이렇다 할 공격 없이 경기는 소극적으로 흘러갔다. 로번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전반 18분 경기장 중앙에서 로빈 판 페르시가 후방에서 올라온 공을 받아 앞으로 찔렀다. 이미 '야생마' 로번이 문전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로번은 수비수들이 도저히 따라붙을 수 없는 속도로 공을 낚아채 골 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로번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며 니스텔로이를 대신해 네덜란드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에는 네덜란드의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로번"을 연호하는 네덜란드 응원단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로번은 이 경기를 통해 바스텐 감독이 "웨인 루니(잉글랜드)와 로번 둘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언제나 로번을 택하겠다"고 말한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딕 아드보카트 한국팀 감독은 2004 유럽선수권 당시 체코전에서 잘 뛰고 있던 로번을 교체했다가 역전패한 것이 빌미가 돼 네덜란드 감독직을 내놓아야 했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네덜란드가 전반적으로 지배한 경기 속에서도 몇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특히 전반 13분 미드필더 프레드라그 조르제비치가 측면에서 결정적인 크로스를 올렸지만 투톱인 마테야 케주만과 사보 밀로셰비치가 서로 달려들다 엉키며 골을 놓친 것이 뼈아팠다.

라이프치히=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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