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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유상증자 후 현대그룹 경영권 향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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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유상증자 후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어떻게 될까.

지난 4월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해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논란을 일으켰던 현대중공업이 12일이나 13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상선 증자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그룹 측은 "적대적 M&A 의사가 없다면 증자에 참여하지 말라"고 공세를 폈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주주 이익을 고려할 것"이라며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증자에 참여하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M&A 의도가 없더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주가(9일 종가 2만2650원)가 유상증자 공모가(1만4000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증자 뒤 주가가 떨어져도 2만원선만 지켜주면 주당 6000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의 경영권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 우호세력인 우리사주가 증자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받음으로써 지분이 3.89%에서 8.23%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나머지 주주 지분율은 조금씩 낮아지게 된다. 이에 앞서 현 회장 측은 지난달 상선 지분 0.71%를 장내 매수한 데다, 현대그룹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성우그룹도 지난달 초 상선 지분 0.58%(60만주)를 사들인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증자 후 우호세력을 합한 지분을 계산해 보면 현대그룹 측이 38.93%로 현대중공업 측(31.46%)보다 7.47%포인트 앞선다. 현재 격차(3.1%포인트)보다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증자 후 6.29%의 지분을 갖게 되는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 등이 모두 현대중공업 편에 설지라도 지분 경쟁에서 현대그룹을 이기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만 증자 후 8.3%의 지분을 갖게 되는 현대건설이 문제다. 만일 현대중공업이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사운을 걸고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전.현직 여성 경제단체 대표들은 지난 9일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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