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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한국 쓰레기산 5100t "악취·해충 들끓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 환경운동단체 140여개 연합체인 에코웨이스트연합(EcoWaste Coalition)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지난달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갖고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그린피스]

필리핀 환경운동단체 140여개 연합체인 에코웨이스트연합(EcoWaste Coalition)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지난달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갖고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그린피스]

지난달 15일 필리핀 환경단체 에코웨이스트 연합(Eco-waste coalition)은 플라스틱 쓰레기 불법 수출을 규탄하며 주(駐)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28일에도 마닐라 케손시 소재 관세청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한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월 21일과 10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도착한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6500t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 5100t은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주에 위치한 필리핀 폐기물 수입업체 '베르데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돼 있다.
나머지 1400t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으며 51개 컨테이너에 보관된 채 필리핀 관세청에 압류된 상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불법 수출된 국내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에 쌓여 있는 모습을 조사해 10일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난 3~4일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소속 코디네이터(캠페이너) 프란시스코 노베다씨가 촬영팀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노베다 씨는 필리핀 140여개 환경단체의 연합체인 에코웨스트연합의 일원이기도 하다.
다음은 노베다 씨가 전한 현장 상황.

엄청난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 압도됐고, 그 더미마다 한글이 적힌 쓰레기가 가득했다.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폐기물 [사진 그린피스]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폐기물 [사진 그린피스]

베르데 소코 소유의 쓰레기 하치장은 민다나오 섬 미사미스 오리엔탈 타고로안 자치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축구장 6개 넓이인 4만5000㎡ 규모의 쓰레기 하치장은 임시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이곳에는 지난 7월 한국에서 온 5100t의 플라스틱 용기, 그물망 등 폐플라스틱이 생활 쓰레기와 섞여 방치돼 있었다.
쓰레기를 담았던 흰색 비닐 주머니는 곳곳이 터졌고, 그 사이로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세탁기 부품 등 쓰레기가 흘러나와 있었다.

쓰레기 조각은 바람이 불면서 대기 중으로 날렸고, 소나기가 내리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기도 했다.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폐기물.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폐기물.

쓰레기를 들추면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에서 불과 20~30m 떨어진 곳에 민가가 있었고, 임시 가림막에서 가까운 곳에 어린이 놀이터도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사이에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파리·모기 등 해충이 발생해 인근 마을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나머지 쓰레기 1400t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
필리핀 관세청은 한국으로 폐기물을 반송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 환경부도 지난달 21일 외교부와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공조해 불법 수출된 폐기물의 재반입을 위한 행정 명령 절차를 시작했다.

그린피스는 환경부를 상대로 책임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서수정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현재 한국의 폐기물 처리·재활용 시스템은 엄청나게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 자체를 감축하는 규제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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