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통일은 동전양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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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5일 평양을 방문, 파란을 일으키고있는 문익환 목사의 통일론은 ▲민주화와 민족통일은 동일한 실체이며 동시적으로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민주화도 민족통일도 무력행사 없는 평화를 지향해야 하며 ▲이것은 외세의 개입 없이 자주성에 입각해야 한다는 3개항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문목사의 이러한 통일 관은 84년 8월 행한 장준하선생 9주기추모강연「통일문제 인식의 현 단계」에서『남도 북도 통일 논의를 관에서 독점하는 관제 통일론만 존재한다』며 『민족통 일은 소수기득권자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일이므로 그것을 실현하는 일이 곧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밝혀 통일과 민주주의를 동전의 양면으로 파악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문 목사는 대중집회에서의 강연 등을 통해『남과 북의 관 주도의 통일논의가 벽에 부딪쳤을 때는 새로운 방안이 국민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민련은 이 같은 주장에 입각, 최근까지『현정권이 남북대화 창구를 독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범민족대회」를 강행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문 목사의 평양방문이「범 민족대희」무산에 따른 통일론의 침체를 타개해보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재야일각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도 문목사의 이러한「민주화 통일」이라는 기본도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목사의 통일론의 두 번째는 통일의 문제를 평화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으로 82∼84년 한빛교회의 3차례 설교이래 줄곧 한반도를 핵전쟁의 위험에서 구한다는 논리로 핵무기철거·군비축소·평화정착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반대를 주장해왔다.
즉 한반도 주변의 군사위기의 배제와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가 그 자체로 통일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져왔다.
세 번째 자주의 문제에 대해 문목사는『자주적 외교로 4강을 설득, 한반도를 힘의 각축장이 아니라 힘의 완충지대로 만든다』는 것으로 한반도가 통일 후 중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중립화론을 받아들이기도 했으며 어떤 통일논의에의 외세개입도 반대해 왔다.
문목사가 3월10일자 전민련신문 창간호에서『창조적인 새 시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주체의식과 비판 정신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해야하며 그중 비판정신이 남쪽의 우리가 담당해야할 몫』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그의 통일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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