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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 월드컵 원정응원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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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정상 회담의 기회이기도 하다.

독일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본선 진출국들의 정상들도 원정응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6일 유럽 순방길에 오른 한명숙 국무총리는 토고전이 열리는 13일 독일을 방문한다. 한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양국 최초의 여성 총리간 회담을 한 뒤 국가대표팀의 예선 1차전을 관람하고 선수단을 격려할 예정이다.

2월 당선된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첫 번째 해외 순방 행사로 독일과의 월드컵 개막전을 택했다. 경기 참관 전에는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 메르켈 총리 등과 만나 저개발국 부채 탕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두 나라와 함께 A조에 속한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도 14일 독일-폴란드 전이 열리는 도르트문트를 찾는다. 양국은 폴란드 훌리건들이 이 경기에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경기장 안전대책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우승 후보 프랑스와 브라질의 두 대통령은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회담을 한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이 1998년처럼 결승전에서 맞부딪힐 경우 함께 응원을 가기로 약속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실력이 프랑스보다 뛰어나다"며 우승을 장담한 룰라에게 시라크는"스포츠에서는 항상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난다"고 응수했다.

좌파 대통령답게 노동자 계층이 설립한 브라질 코린티안스 클럽의 팬으로 알려진 룰라는 2004년 축구 클럽의 투명경영 원칙을 제시한 '스포츠 도덕법'을 승인했고 티켓 판매와 경기장 안전문제 등에 대한 규정을 다룬 '축구팬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의 원정응원 계획 중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축구광'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독일행 여부다. 4월 '여성이 다른 남자의 맨살을 보면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을 깨고 '여성의 축구장 입장 허가' 방침을 천명할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많은 그이지만 독일 정부에게는 기피인물이다. 핵 개발 문제로 국제사회와 잦은 충돌을 빚고 있는데다 2월 "나치가 유태인을 집단 학살했다는 홀로코스트는 날조된 신화"라고 주장해 신나치주의자들의 환영과 독일 정부의 우려를 동시에 샀다. 독일 정부는 그가 멕시코와 이란의 경기가 열리는 12일 뉘른베르크를 찾는다면 신나치주의자와 인권단체들의 충돌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뉘른베르크는 나치의 첫 번째 전당대회가 열렸고 전후에는 전범 재판이 시행된 지역이다.

올해 정상들의 원정응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 비해 더 활발해진 느낌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알렉산더 크바시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독일의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이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한국과의 경기를 관전했다. 상암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이 초청됐었고 결승전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요코하마를 찾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정상회담을 벌였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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