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高, 경쟁력 강화로 이겨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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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엔화 강세에 방아쇠를 당긴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1백50원선으로 3년여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주가도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난기류는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내수의 장기침체 속에 그나마 성장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수출마저 타격을 입게 돼 경기회복에의 기대는 더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동한 환율전쟁은 오래 전에 예고돼 왔다. 엄청난 무역흑자에도 위안화의 달러화 연동을 고수하는 중국도 문제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선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올 들어서만 10조엔 이상을 퍼부은 일본 금융당국에 대해 비판이 높았었다.

문제는 이런 환율전쟁이 단기에 마감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쉽게 개선될 리 없는 데다 대선을 앞둔 부시 정부의 입장은 약한 달러가 분명하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으나 한국도 환율조작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어 원화절상 압력은 줄어들 리 없다.

가뜩이나 허덕이는 경제에 원화 절상은 엎친 데 덮친 악재다. 물론 우리 수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각국에선 환율이 함께 절상하고 있고 반면에 대미 수출 비중은 줄어 원고(高)로 인한 수출감소 효과는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의 주름은 커서 당장 원화환율이 10% 떨어지면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은 5% 남짓, 경상이익률은 3%포인트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외환시장을 통한 개입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부는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도록 환율 안정에 나서야 한다. 단기간에 급격한 환율 변동은 환투기 등을 유발, 경제 전반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환율변동위험을 줄이는 '환(換)테크'를 강화하고 그런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앞장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환율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허약한 체질을 벗어나려면 역시 정공법은 국제경쟁력 강화밖에 없다. 기업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뼈를 깎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철저한 구조조정 노력이 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