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법 5년만에 손질…대기업·서비스업에도 혜택 확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외에서 2년 이상 운영하던 사업장을 철수·축소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법인세·관세 감면 혜택이 대기업까지 확대되고, 서비스업 기업도 유턴 기업 범위에 포함되는 등 법이 개정된다.

정부는 29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 종합대책(유턴 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 시행된 유턴법은 5년이 지난 현재, 유턴 기업이 51개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유턴법 손질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먼저 유턴 기업의 인정 범위가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해외사업장을 50% 이상 축소해야 유턴 기업으로 인정됐지만, 이제는 25%만 축소해도 인정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 배관 자재를 생산하는 A 기업의 경우, 현지 생산량을 60% 줄이고 국내사업장 증설을 계획했으나, 미국 바이어로부터 발주가 증가해 생산 축소 예상 규모가 30%로 변경돼 유턴 기업 신청을 미뤘다. 하지만 이번 유턴법 개편으로 A 기업도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과거엔 제조업만 유턴 기업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고용유발 효과가 큰 지식서비스업체도 유턴 기업 인정을 받는다. 기업 범위를 확 늘린 건 일자리 창출 때문이다. 제조업(6)보다 지식서비스업(15.3)의 고용유발계수(생산 10억원당 명·현대경제연구원)가 2배 이상 높다는 판단에서다.

생산품목을 일부 변동해서 복귀하는 기업도 지원대상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외 생산제품이 표준산업 분류상 동일한 세분류(4단위)에 해당해야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는데, 이번 개편안에서 소분류(3단위)기준으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도 인정받게 된다.

중국에서 유선전화기(표준산업 분류 2641)를 제조하는 B사는 현지 시장이 줄어들면서 국내로 들어와 스마트폰 부품(2642)을 생산할 계획이다. 과거 기준으로는 유턴 기업 인정을 못 받지만, 이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까지 지원 범위도 넓어진다. 대기업은 법인세 감면을 받으려면 ‘청산·양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중소·중견기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사업장 ‘축소’만으로도 유턴 기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에만 줬던 관세감면(청산·양도 100%, 축소 50%) 혜택을 대기업에도 준다.

유턴 기업이 법인세·관세감면을 받을 경우, 감면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으로 외국인투자기업·지방이전기업과 동일하게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 보조금 지원 요건을 국내사업장 상시 고용인원 30인에서 20인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보조금을 받으려면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야 했는데 이때 높은 보험료와 현금예치를 요구받았지만, 이제는 현금 예치 없이도 담보 등으로 지급보증서가 발급된다. 기업 금융 부담을 줄이는 차원이다.

중소 유턴 기업에 1인당 월 60만원씩 주는 고용보조금 지원 기간을 내년부터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보조금 신청기한도 유턴 기업 선정일로부터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입지지원도 강화된다. 국·공유재산 수의계약 허용, 장기임대(50년), 임대료 산정 특례 및 감면(최대 100%) 등 입지 인센티브를 외투 기업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스마트공장. 피스톤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중앙포토]

스마트공장. 피스톤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중앙포토]

특히, 유턴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경우 자금 대출 시에도 부채비율 심사 없이 대출(45억원 한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든 절차는 코트라의 ‘원스톱 지원 데스크’로 일원화된다. 기업이 코트라를 한 번만 방문해도 상담부터 보조금 신청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우혁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장은 “이번 개정으로 2022년까지 100개의 유턴 기업이 국내로 들어와 2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유턴법 개정안 국회발의를 연말까지 추진키로 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