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복병에 "일단 후퇴" 외국인 2,014억 순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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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환율 복병을 만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틀째 매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들어 원화환율 하락은 시세차익에 환차익을 덤으로 챙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지만,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일단 팔고 보자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3일 외국인들의 순매도(판 금액-산 금액) 금액은 전날 6백20억원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2천14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지난 15일 이후 7일간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3천9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주가가 지난 3월 저점에서 6개월간 40% 이상 오르면서 많은 외국인이 가격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환율 충격에 따라 주식을 파는 외국인 외에도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파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거래소 시가총액 보유 비중이 38%에 이르는 만큼 외국인들마다 매수시점이나 투자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최근 매도 이유가 환율 충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개방 이후 외국인들의 대량 순매수가 네차례 있었지만 모두 주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1999년 10월~2000년 8월 11개월간 사상 최대규모인 15조9천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바람에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李센터장은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경기전망을 비관해 추격매수에 나서지 않아 결과적으로 외국인들과 매매공방에서 판정승했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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