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또렷한 패배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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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신진서 9단 ○리샹위 5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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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보(90~98)=90 역시 변화를 위한 리샹위의 안간힘이다. 현재 '참고도1' 백1로 3·3에 침입하는 수는 흑2가 좋은 맥점이라 별 소득이 없다. 리샹위는 90으로 변화의 실마리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흑이 91로 젖히자 백은 뾰족한 수가 없다. 백은 일단 92로 버텨 패를 걸긴 걸었는데, 사실 이 싸움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반상을 뒤져봐도 백의 팻감이 부족할뿐더러, 백의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무리하게 팻감을 쓸 수도 없다. 리샹위는 용감하게 패를 걸어놓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판세가 이미 기울어버린 상황이라 아무리 용을 써봐도 기회를 잡기 어렵다.

참고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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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샹위는 94로 팻감을 써 놓고도 바로 패를 따내지 못하고 96으로 방향을 틀었다. 패싸움을 이어 가지 못한 이유는 '참고도2' 백1, 3으로 패를 이긴다 해도 흑4로 우변을 빼앗기고 흑6으로 관통당해서는 패배가 뻔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선명하게 보이는 패배의 길을 순순히 따라갈 순 없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수읽기를 하면 할수록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 패배의 길뿐이다.

참고도2

참고도2

리샹위가 갈팡질팡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린 사이, 흑은 97로 패를 따내며 하변에 엄청난 실리를 얻었다. 신진서의 우위가 다시금 굳어지는 상황. 리샹위는 98로 또다시 승부수를 걸어간다. 이제 그의 노림은 좌상귀 흑 여섯 점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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