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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작가 작품 저작권 분쟁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월북작가 이기영의 대하소설『두만강』이 5, 6일 두 출판사에서 잇따라 간행되면서 월북작가에 대한 저작권분쟁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7·19 월북작가 해금 조치 이후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월북작가 및 북한문학 작품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박태원의『갑오농민전쟁』, 홍명희의『임꺽정』,『피바다』등 일부 북한문학 작품에 대한 중복출판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이 사건들이 소송중이거나 당국을 상대로 계속 항의 중에 있는 가운데 이기영의『두만강』까지 겹쳐 월북작가 저작권분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기영의 유족인 장 손자 이상렬씨(52·부평 동 중학교 교감)와 저작권 계약을 맺은 도서출판 풀빛은 총13권으로『이기영 전집』을 기획,『두만강』5권을 펴냈다. 이어 사계절 출판사에서도 10권 정도로『이기영 문학전집』을 기획,
『두만강』7권을 펴내 이기영의 유가족과 도서출판 풀빛에서 사계절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이상렬씨는 8일『풀빛에서 받는 인세로「이기영 기념 사업회」를 설립, 할아버지의 문학을 기리려 했다』며『월북작가에 대한 출판질서를 확립키 위해 풀빛과 협의, 사계절 출판사를 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기영은 1924년『개벽』지의 현상공모에「오빠의 비밀편지」로 등단, 식민지의 농촌현실을 리얼하게 형상화해 내면서 프로문학 작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25년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 동맹 결성을 주도한 그는 46년 남한에서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연맹을 주도하다 월북, 북조선 문학예술 총 동맹건설에 참여했다. 그후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대의원·문학예술 총 동맹위원장을 지내는 등 문인으로서는 최고대우를 받다 84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4년부터 61년에 걸쳐 완성된『두만강』은 전3부로 구성된 대하소설로 19세기말부터 193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농민·노동자들의 반 침략·반봉건투쟁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이기영은 북한 문학의 최고상인 인민 상을 수상했고 이어 노벨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소송증인『갑오농민 전쟁』은 해금작가 박태원이 북한에서 77년부터 86년 사이에 완간한 동학혁명을 소재로 한 3부작 장편소설이다·도서출판 깊은 샘에서는 지난해 8월 박태원의 2남 박재영씨와 계약을 맺고『갑오농민 전쟁』을 퍼내면서 먼저 이 작품을 출간했던 도서출판 공동체를 지난달 24일「부당 출판에 의한 저작권위반」으로 고소했다.
공동체 측은『이 작품은 박태원이 월북, 77년 북한에서 저술했으므로 저작권은 그곳에 있다』며『후일 그곳의 저작권자에게 저작 료를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재판결과는 남북간에 얽힌 저작권문제에 대한 첫 판례가 될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명희의『임꺽정』은 사계절에서 85년 전9권을 펴냈으나 당국에서 지형과 책을 압수했었다. 이에 사계절은 지난 2월초 당국의 출판금지 처분에 반발, 저작권을 획득한 후 법정투쟁을 벌이겠다며 북한 측 홍명희의 유족과 북한 저작권 당국에「저작권 양도에 관한 구체적
사항과 방법을 논의하자」는 공개 제의 서를 냈다.
사계절 대표 김영종씨는『월북 문인 및 북한문학의 저작권은 북한의 제도에 따라 확립되는 게 타당하다』며 이기영의『두만강』의 경우도 그쪽·저작권 제도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히고 있다.
유족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유족이 없을 경우 중복출판을 방치해 둘 것이냐, 아니면 저작권에서도 북한의 제도를 인정할 것이냐가 월북작가 저작권 시비의 당면한 현안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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