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구실: 주로 성생활과 관련한 남자로서의 구실’ 시대착오 국어사전 표현

중앙일보

입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서울YWCA, 네이버와 함께 국어사전 성차별성 이슈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성차별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구실’과 ‘여자구실’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처럼, 남성은 성을 즐기고 향유하는 주체로,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해야 하는 모성을 지닌 존재처럼 표현됐다. 양평원은 이같은 내용의 모니터링 결과는 22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지난 5월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등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 뜻풀이와 예문에 ‘여자’ 또는 ‘남자’가 포함된 단어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뜻풀이 분석 결과, 770개 단어 중 92개 단어가 성차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여성성ㆍ남성성을 강조하거나(35건, 38.1%)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지으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단어(20건, 21.7%)가 많았다.

‘댄서’의 경우 ‘손님을 상대로 사교춤을 추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로 뜻풀이하고 있었고, ‘왈가닥’은 ‘남자처럼 덜렁거리며 수선스러운 여자’로 정의하고 있었다. ‘작업’은 ‘남자가 여자를 꾀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규정했다.

4121개의 성별어 예문에도 204개가 성차별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어 ‘계집’에서는 ‘술과 계집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다’라는 예문이 검색됐다. ‘색시’의 예문에는 ‘시집가는 색시가 연지와 곤지를 찍는 건 신랑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는 문장도 있었다. ‘장부’라는 단어의 예문에는 ‘장부가 길을 떠나는데 아녀자가 눈물을 보이는 법이 아니다’, ‘처녀’의 예문에는 ‘그녀는 결혼할 때 이미 처녀가 아니었다’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양평원과 네이버는 어학사전에 나타난 성차별적 단어의 뜻풀이와 예문에 대한 1차 개선작업 이외에도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한 추가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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