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 SRT 운영사)의 통합 여부에 대한 연구 용역의 종료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용역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두고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용역을 맡은 연구진이 처음부터 통합 찬성 쪽으로 방향을 잡아놓고 분위기를 몰고 간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통합연구 종료 시점 한달 앞으로 #객관성, 공정성 놓고 시비 여전 #협의회 참석자 "연구진, 처음부터 #통합 찬성 쪽으로 의견을 밝혀" #다른 참석자 "자료에 대한 분석이 #오해받을 부분 여럿 있어" 주장 #협의회 구성도 통합찬성파 많아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도 나와 #연구진 "공정하게 했고 계속 그럴 것" #국토부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리할 것"
21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다루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용역은 지난 6월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맡았다. 기간은 다음 달 19일까지로 6개월이며 연구책임자는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이다.
이후 국토부와 연구진은 연구용역에 공정을 기하겠다며 8월 하순 전문가와 코레일·SR 등 이해 관련 기관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 '철도산업 구조평가 협의회'를 발족했다.
당시 국토부는 "협의회는 연구용역 추진단계마다 각 기관과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연구진에 개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균형 있게 선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협의회 참석자는 "지금까지 두 차례 협의회가 개최됐는데 연구팀이 처음부터 통합하는 게 옳다는 방향으로 주장했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너무 부실해서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진이 통합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설문 문항을 만들어 국토부에 제출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도 "철도 현황 등에 대한 연구진의 해석이 오해받을 부분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SR이 출범한 2016년을 전후해 코레일의 경영수지가 악화됐는데 그 이유를 SR 때문에 수입이 줄어서 그런 것처럼 말하더라. 하지만 당시는 철도노조 파업 등 코레일 내부상황 때문에 경영수지가 악화된 측면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렇게 연구진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분석을 하면서 협의회의 일부 참석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협의회 구성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도 있다. 한 참석자는 "협의회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통합 찬성 쪽 인사가 반대보다 많다.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구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용역 기간과 연구진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의회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통합은 워낙 큰 이슈인데 이걸 제대로 검토하고 연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얘기한 바 있다"며 "연구진도 철도 쪽 전문가는 김태승 교수뿐이고 다른 연구자들은 행정, 회계, 로스쿨 교수 등이어서 전문성에서도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연구용역이 예정보다 늦어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인하대가 연구용역을 따냈을 때도 김태승 교수의 전력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김 교수가 SR 출범에 비판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한 적이 있는 데다 지난 4월까지 코레일의 외부자문위원회인 철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기 때문이다.
철도발전위원회는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 이후 신설한 조직으로 주로 철도통합에 찬성하는 노조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연구용역 공고가 난 직후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금까지 열심히 중립적으로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연구용역과 협의회 운영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는 단순히 운영기관 간 통합 차원이 아니라 향후 우리 철도 산업의 구조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래서 아주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판단을 해야만 한다. 선입견이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은 민감한 사안으로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중립적·객관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