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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도와달라' 부시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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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달 5일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6명을 도와온 사람들 가운데 재미동포 2세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 나오미, 데보라, 찬미, 요셉, 요한씨 일행 6명(전원 가명)을 동남아시아의 제 3국에서 미국으로 인솔해 온 자원봉사자 한지나(25.사진)씨가 주인공이다.

미국 LA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2세 한씨는 미국 두리하나 선교회 소속으로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오가며 탈북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성사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탈출한 일행을 동남아시아 제 3국에서 만나 보호하면서 미국의 입국 허가를 기다리던 중 막내인 찬미(20)씨가 병원에 입원했어요. 북한에서의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붓고 열이 올랐던거죠. 그때 그의 입원을 도와주다가 저까지 기관지에 이상이 생겨 함께 입원하기도 했어요."

탈북난민들을 뒷바라지하다가 과로로 입원까지 하면서 그들과 인간적으로 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탈북자들을 미국에 데려온 이후에도 선교회 소속 천기원 목사와 함께 LA 일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등 그들의 모든 일정에 함께 했다.

탈북난민 특집기사를 제작 중인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탈북자들의 소감과 계획 등을 영어로 전하는 일도 한씨 몫이었다.

한씨는 "올 3월 30일 탈북난민들의 사정과 소원 등이 담긴 편지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다음날 부시 대통령이 '그들을 즉시 데려오라'고 지시해 이들의 입국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편지도 물론 한씨가 작성했다고 한다.

그는 캘리포니아 디자인 칼리지(CDC)를 졸업한 뒤 LA자바시장 한인 의류업체에서 4년여 동안 일하다 우연히 기독교 초교파 선교단체인 예수전도단(YWAM)에 몸을 담게 됐다고 한다. YWAM 소속으로 캄보디아와 일본 등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며 제3세계의 소외된 사람들을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한씨는 "찬미씨 일행은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지 2년여 만에 미국에 입국이 허용된 첫 사례"라며 "탈북 난민들의 인권 보호에 한몫을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한 다음, 북한에 직접 들어갈 계획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A지사=오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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