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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7번' 부끄럽지 않게 만든 황인범

중앙일보

입력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황인범이 호주 수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황인범이 호주 수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 이날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 한국 축구대표팀엔 등번호 7번을 달고 뛴 선수가 주목받았다. 축구에서 '에이스의 상징'으로 떠오른 등번호 7번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선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의 몫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표로 차출됐던 대신 11월 A매치와 1월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빠지기로 대한축구협회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합의하면서, 이날 7번은 다른 선수가 달았다.

7번의 주인공은 신예 미드필더 황인범(22·대전 시티즌)이었다. 손흥민의 기를 이어받은 황인범은 이날 중원에서 책임감있는 플레이를 펼쳐보이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짝을 이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황인범은 체격이 큰 호주 선수들을 상대로 중원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냈다. 비록 잔패스 실수가 다소 있었지만, 움직임의 반경은 넓었고, 이따금씩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탈압박 플레이를 소화해냈다. 또 날카로운 킥 능력도 펼쳐보였다. 후반 15분 자신이 직접 얻어낸 프리킥을 날카롭게 차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지난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왼쪽)과 손을 맞잡은 황인범. [뉴스1]

지난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왼쪽)과 손을 맞잡은 황인범. [뉴스1]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존재감을 높인 황인범은 9월 벤투 감독 부임 후 꾸준하게 A대표팀 호출도 받으면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파나마와 평가전에서 중거리슛으로 A매치 데뷔골까지 넣었던 황인범은 호주전에서 기성용, 정우영 등이 빠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인범은 경기 후 "파나마전 당시 선발인 것을 알고 긴장도 되고 잠도 안 와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파나마전 때는 조금만 뛰어도 긴장해서 안 좋았는데 오늘은 컨디션도 좋았다. 그래도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17일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는 황인범. [사진 대한축구협회]

17일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는 황인범. [사진 대한축구협회]

아시안게임 당시 아산 무궁화 경찰청 축구단 소속이었던 황인범은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소속팀 대전 시티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연말 A매치를 통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출전까지도 노리고 있다. 손흥민의 7번 DNA를 잠시 이식받고 호주에서 A대표팀 첫 메이저 대회(아시안컵)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는 황인범은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호주 원정 두 번째 평가전에서도 존재감있는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황인범은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오면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120%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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