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혜경궁 김씨가 부인이라는 증거? 허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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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08__hkkim) 계정의 소유주로 자신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한 데 대해 “허접하다”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08__hkim이 김혜경이라는 스모킹 건? 허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날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주를 이 지사의 부인 김씨로 보고 사건을 검찰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해당 트위터 계정이 김씨 소유라는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로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을 올린 직후 곧바로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이 지사의 계정으로 공유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 지사는 경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내가 원본 사진을 손으로 잡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공유한 지(손가락이 찍힘) 10여분 후 그 사진이 트위터에 공유됐다. 트위터 계정주는 아내 카카오스토리를 볼 수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아내가 공유한 사진을 트위터 계정이 받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 채 '트위터가 처음 사진을 공유했다'는 거짓 가정하에 '사진 주인이 트위터 계정주'라 단정한 경찰의 무지와 용기가 가상하다”고 항변했다.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는 해당 계정주가 '아들을 둔 음악 전공 성남 여성'이기 때문에 김씨의 약력과도 일치한다는 점에도 반박했다. 그는 “익명 계정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흉내내고 스토킹 하는 일이 허다한 건 차치하더라도 그가 이재명 부인으로 취급받아 기분 좋아 한 것, 이재명 고향을 본인이 직접 물어본 것 등은 철저히 (수사에서) 배척했다”며 “경찰 주장대로라면 아내는 아직 성남 산지 30년이 안됐는데 (트위터 계정주는) 성남 산 지 30년이라 했으니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해당 트위터 계정이 삼성 스마트폰에서 애플 스마트폰으로 변경한 시점이 김씨와 같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또 계정이 만들어진 2013년 당시 인증절차 없이 계정 생성이 가능해 다른 사람의 이메일, 전화번호만 알면 얼마든지 계정을 만들 수 있음을 강조했다. 누군가 이 지사의 부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계정을 만들고 사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아내는 (대선) 경선에서 패한 남편을 대신해 진심을 다해 김정숙 여사를 도왔다. 우리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라며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한 경선 상대 아내가 경선 당시 상대를 비방해 명예훼손했다고, 경찰이 가혹한 망신주기 왜곡수사 먼지털기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누군가 고발하고 신고한 그 수많은 악성 트위터글이나 댓글은 조사 착수도 없이 각하하지 않나.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익이 취해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행위”라며 “한 겨울 눈 덮인 숲 속 참나무 밑에 밤송이 몇개, 밤나무 입 가지 몇 개 흩어놓았다고 밤나무가 되지 않는다. 천둥번개 폭풍 몰아쳐도 계절은 바뀌고, 봄이 되면 참나무임도 자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사필귀정(事必歸正·처음에는 시비를 가리지 못해도 모든 일은 결국에 반드시 정리로 돌이간다)라는 사자성어를 적은뒤 “상식과 국민을 믿고 꿋꿋하게 갈 길을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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