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살 돈 없어 만지작···中서 환영 못 받는 北노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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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시내에서 장을 본 후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시내에서 장을 본 후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에 파견되는 북한의 여성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현지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떼를 지어 쇼핑몰이나 시장에 나타나 주민과 상인들에 상당한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FA은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북제재로 한동안 뜸했던 북한 여성 노동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이들은 과거와 달리 시장과 거리에서 떼로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10~12명씩 떼 지어 시장을 돌아다닌다”며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 듯한데 물건은 사지 않고 만지작거리다 가격만 확인하곤 그냥 가버려 현지 상인들이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과거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어쩌다 한 번 시장에 나타나면 현지 상인과 주민들 모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을 걸기도 했다”면서 “김일성 배지를 단 20대 초반의 고운 여성들이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일한다는 동정심에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거의 날마다 떼 지어 쇼핑몰과 시장에 나타나 흥정으로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이제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중국 현지인은 없다. 소식통은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와 물건을 만지작거리면 손사래 치는 현지 상인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린성 옌지(延吉)의 한 소식통은 “훈춘개발구에 파견된 북한 여성이 7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의 현지 상인들도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화장품, 의류, 사치품 등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막상 사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창 나이에 힘든 노동을 하고 대가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가엽게 여기는 현지 주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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