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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골 넣고도 … 황의조는 여전히 배고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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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18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30골을 터뜨린 황의조. 17일과 20일 열리는 평가전에서도 골 사냥에 도전한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베트남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황의조. [연합뉴스]

2018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30골을 터뜨린 황의조. 17일과 20일 열리는 평가전에서도 골 사냥에 도전한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베트남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황의조. [연합뉴스]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호주 원정을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앞에 뜻밖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평상복을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 선수를 수십 명의 여성 팬이 마냥 기다린 것이다. 이들이 기다린 선수는 바로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였다. 그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환호성이 터졌다. 황의조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즉석 팬 서비스’를 펼쳤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공항에 나타난 모습을 보는 듯했다.

벤투호 내일 호주와 원정 평가전 #아시안게임·A대표팀 오가며 골맛 #공항 화장실 앞까지 팬들 장사진 #손흥민·황희찬 빠진 벤투호 원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터뜨리며 금메달 획득의 주역이 된 황의조는 올해 한국 축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뜨거운 인기에 더 힘이 났던 걸까. 소속팀에서도 그의 공격력은 한껏 달아올랐다. 급기야 유럽에서 황의조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 스트라이커를 바랐던 한국 축구에 한 줄기 빛처럼 등장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17일 오후 5시 50분(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국가대표 평가전 호주전에서 골 사냥에 나선다.

올해 황의조는 소속팀에서도 거의 ‘득점 기계’다. 지난 10일 일본 J리그 32라운드 쇼난 벨마레전에서 후반 15분 몸을 날리는 헤딩슛으로 1-0 승리의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황의조의 6경기 연속 골이자 리그 16호골, 시즌 20번째 골이었다. 그의 골은 팀 공헌도 면에서도 의미가 컸다. 6경기 연속 골 중 5골이 결승골이었다. 나머지 1골도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동점골이었다. 황의조의 활약 덕분에 감바 오사카는 두 달 전 강등권(18개 팀 중 17위)에서 9위까지 올라섰다. 무려 8연승 행진이었다. 1부리그(J1) 잔류도 확정했다.

미야모토 스네야스 감바 오사카 감독은 “황의조는 매우 믿음직한 존재다. 지금 레벨에선 만족하지 않을 선수”라고 극찬했다. 닛칸스포츠, 스포니치 아넥스 등 일본 언론도 황의조 이름 앞에 ‘감바의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유럽 진출에 대해 일본 현지의 관심도 많다. 사커 다이제스트는 지난 9월 황의조를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끄는 안내인”이라고 소개한 뒤 “활약에 따라 한 단계 높은 유럽 무대 진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황의조와 감바 오사카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까지다.

황의조는 평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해리 케인(토트넘) 등 해외 공격수들의 득점 장면을 찾아본다. 특히 득점 직전 움직임을 연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페널티 지역에서 더 넓어진 활동 반경, 반 박자 빠른 움직임, 리바운드 상황에서 골 냄새를 맡는 능력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된 모습에는 그런 노력이 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에도 슈팅 시점, 밸런스 등 기술이 좋은 선수였는데, 지금은 효율적인 움직임과 위치 선정 면에서 더 좋아졌다. 이젠 한국 축구의 에이스 축에 끼었다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호주로 출국하기 앞서 평가전 계획을 밝히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지난 12일 호주로 출국하기 앞서 평가전 계획을 밝히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인기와 관심이 치솟았지만, 황의조의 겸손한 품성은 한결같다. 아시안게임 내내 “내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이 잘 도와준 덕”이라고 몸을 낮췄다. 지난달 25일엔 전 소속팀인 성남FC의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포상금 1500만원 전액을 기부했다. 황의조는 “내가 성남 유소년팀에서 성장해왔기에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지난달 10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3년 만에 A매치 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번 호주 원정에서 황의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톱 자리가 ‘떼어놓은 당상’은 아니다.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 등과 경쟁해야 한다. 분명한 건 이번 원정에서 황의조의 어깨가 그 전보다는 무거워진 점이다. 그간 올림픽팀과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왔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함부르크) 없이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차례로 맞서야 한다. 이들 두 팀은 한국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본선에서 우승하기 위해 꼭 잡아야 하는 상대들이다. 아직 A대표팀 일원으로 메이저 대회를 치러보지 못했던 황의조로선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올해 소속팀(20골)과 대표팀(아시안게임 9골, A매치 1골)을 합쳐 30골을 터뜨린 황의조는 “중심 선수들이 빠져 불안할 순 있지만, 그래도 우리 팀엔 좋은 선수가 많다. 골 감각은 잘 유지하고 있으며 중심 선수들이 없을 때 내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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